“매번 이렇게 꽉꽉 차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 순항
유료 전환 만석…도장 깨기도
예술가·관객·소공연장 ‘행복’
“작은 힘이 모인 소공연장 공연이 부산 문화의 큰 디딤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 감동적입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하루하루 음악에 흠뻑 취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부산의 소공연장이 더 흥해서 더 많은 공연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노란색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 쓴 소감이 ‘2024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우리 동네 문화살롱 페스타 3rd’ 의견 개진 게시판을 빼곡히 장식했다. 감상평, 개선점 등 뭐든지 적어 달라는 주최 측 요청에 관객이 남긴 메시지였다. 그날 본 공연 소감부터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이나 부산의 작은 공연장에 대한 기대와 주문 등 다양했다.
이달 1일 부산 서구의 ‘문화주소 동방’에서 막을 올린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이 중반을 지나 종반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는 행사 기간이 두 차례(7월과 10월 총 62회 공연 41개 공연장 참여)로 늘었고, 적은 금액이지만 1만 원의 입장료를 받으면서 무료였던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져서 혹시나 객석이 차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객석 수는 많지 않지만 공연장마다 만석이다. “서서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귀여운’ 민원에 시달릴 정도다. 심지어 ‘도장 깨기’ 하듯 공연장을 순례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동래구 명륜동 스페이스 움에서 만난 60대의 이경순 씨는 이날 공연 관람이 11번째였고, 이달 말까지 사전 예약을 마친 곳까지 치면 스무 곳은 족히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부산에 살지만 한 번도 안 가 본 곳도 있어서 “부산을 여행하듯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밝혔다.
스페이스 움은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부산소공연장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숙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한쪽은 일반 카페이고, 다른 한쪽을 분리해서 전시회를 열고, 매주 금요일마다 기획 공연을 진행한다. 2011년 4월 시작한 스페이스 움 음악회는 지난해 5월 12년 만에 500회를 맞았으며, 이날로 550회를 기록했다.
3년 전 소공연장끼리 연대해 ‘우리 동네 문화살롱 페스타’를 만들었고, 지난해부터는 부산시 지원으로 한 달 내내 부산 어디선가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취지의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올해는 함께하려는 공연장이 늘어서 프로그램 공모(심사)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움은 이번에 5인조 오리엔탈 탱고 음악팀 메츠클라의 ‘바모스 탱고(Vamos Tango)-정열을 노래하다’ 공연을 기획해 선정됐다. 김 대표는 공연 시작에 앞서 인사말로 “오늘 여러분을 보면서 가슴 뭉클하다. 매번 이렇게 꽉꽉 차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움은 이번에 평소보다 좌석 수를 늘려서 80석 예약을 받았는데 매진됐고, 서서 관람한 사람 외에도 공연장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관객을 위해 카페 쪽에서 라이브 사운드가 들리도록 했다.
이런 분위기에 붐 업 된 메츠클라는 더욱 열성적인 공연을 펼쳤고, 객석은 환호성으로 넘쳤다. 피아노, 클래식기타,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바리톤 등 5명이 편성을 바꿔 가며 탱고 음악을 중심으로 라틴팝, 샹송, 칸초네를 다양하게 연주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열기는 가시지 않아서 포스트잇 응원 메시지로 이어졌다. “메츠클라만의 편곡 잘 들었어요.” “가장 훌륭한 악기는 사람 목소리라는 걸 오늘 다시 느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준비에 정성을 많이 들인 듯! 힐링하고 갑니다.” “메츠클라, 꼭 기억하고 찾아보고 듣겠습니다.”
연주자(예술가)도 관객(시민)도, 공연 주최자(소공연장)도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상의 문화공간에서 함께 감동받고 행복해지기를’ 소원하던 김 대표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오늘도 부산 어디선가 ‘원먼스 페스티벌’ 공연은 이어질 것이고, 그곳이 우리 동네라면 크게 마음 한번 내어 볼 일이다. 공연장 문턱을 넘어서는 일은 각자 마음 먹기에 달렸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