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보험 있어도 단체보험 가입” 대리기사 이중 부담 ‘비명’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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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형 가입해야 콜 수신 가능”
일부 업체 등록 요건으로 제시
3~4개 중복 가입 보험료에 ‘등골’
업체 측 “단체형이 간단해 선호”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 가입을 강요당하지만, 돈 낸 만큼 보장은 못 받습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업체의 횡포를 지적하고 나섰다. 단체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지역 대리운전 업계 관행이 지속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이중, 삼중으로 단체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많은 보험료를 낸 만큼 보장은 받을 수 없어 업체의 ‘갑질’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는 단체형 또는 개인형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단체보험은 업체가 보험사와 논의해 1000명 등 가입 규모를 정하고 계약을 맺어 대리운전 사고 시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개인보험은 기사가 대리운전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계약자가 돼 보험사와 계약을 체결한다. 보험료는 두 유형 모두 대리기사 부담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일부 지역 업체에서 단체보험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사 대리운전 단체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대리운전 업체 등록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리 기사들은 평균 3~4개 업체에 가입해야 원활히 콜을 잡으며 일할 수 있다. 일을 해야 하는 대리 기사 입장에서는 엇비슷한 대리운전 보험에 중복해서 가입할 수밖에 없다. 등록한 업체 수에 비례해 가입한 보험도 늘어난다.

단체보험 특성상 기사 한 명이 사고를 내면 다른 기사들의 보험료가 다 같이 오른다. 보험사는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된 사고를 나이대별로 파악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50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해당 업체에 속한 다른 50대 운전자의 보험료까지 함께 오르는 구조다.

6년째 전업 대리운전 기사로 일한 윤 모(54) 씨는 10만 원가량의 50대 보험료를 내고 있으며 5개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해 일하고 있다. 윤 씨가 각각 다른 단체보험에 가입했다면 한 달에 약 50만 원이 보험료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보상금이 나오는 곳은 한 곳밖에 없다.

윤 씨는 “보험료가 적은 중년 대리기사가 2~3개 업체에 등록해 콜을 받는다고 계산해도 1년이 지나면 100만~200만 원의 보험료가 추가로 나가는 셈”이라며 “단체보험 중복 가입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 측은 단체보험이 기사 배정에 편리하다는 입장이다. 부산 대리운전 업체인 A사 관계자는 “개인보험에 가입한 경우엔 촌각을 다투는 대리기사 배정 상황에서 일일이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단체보험에 가입하면 그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간단하니 업체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단체보험을 강요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리운전 업체가 보험대리점과 단체보험을 체결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금융소비자원은 2016년 “대리운전 업체와 보험대리점이 결탁해 과도한 보험료를 내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실태를 조사해 관련자를 처벌하고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산 대리운전노동조합은 22일 오전 10시께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운전 보험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리기사 한 명이 평균 3~4개의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해 1년에 보험료 수백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보험료 중복 부담 해소 대책은 실효성이 없어 현실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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