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건설사 2분기 실적 하락, 지역 업체는 ‘추락’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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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삼성·현대 등 영업이익 급감
시장 침체 속 공사비·인건비 올라
지역 현장 “손해 보지 않으면 다행”

수도권의 한 건설 현장. 부산일보DB 수도권의 한 건설 현장. 부산일보DB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전망이다. 수도권과 달리 부산 등 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공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건설업계와 증권사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4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액은 2조 6556억 원으로 18.8% 줄고, 당기순이익은 884억 원으로 56.7% 감소할 전망이다. 순익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삼성E&A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2010억 원으로 41.6%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은 2조 5455억 원으로 8.6% 줄고, 당기순이익은 1451억 원으로 42.3%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9일 건설사 중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1473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4.1% 감소했다. 현대건설의 매출은 8조 6212억 원으로 20.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461억 원으로 31.2% 줄었다.

건설업계는 실적 부진을 예상했으나 막상 닥치고 보니 예상보다 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고 입을 모은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나날이 오르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 물량은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각종 비용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말 이후 3년간 26% 뛰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대부분 건설사가 무조건 실적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원가 상승에 금리 인상은 지속되고, 서울만 좀 괜찮을 뿐 광역시를 비롯한 지역은 여전히 분양이 안 되는 삼중고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도 여의치 않다. 2013년경 국내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가 저가 수주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은 경험이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주요 발주처인 산유국의 발주 물량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중견·중소 건설사로 갈수록 위기의 골이 깊어지는 추세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비용 상승 여파는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순이익은커녕 손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튀어 나온다”며 “올해 부산에서만 5곳의 종합·전문건설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실상을 들춰 본다면 폐업이나 부도 직전의 회사들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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