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입점 사업자들 “거지될 판, 이달 부가세도 못냈다”
판매자 50여명 역삼역 인근서 대책회의
“올 봄 진행한 역마진 프로모션에 의혹”
“당장 인건비 지급하게 긴급 대출” 요구
티몬과 위메프 사태로 이들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사업자들이 그동안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며 탄식을 터뜨렸다. 이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올해 봄부터 역마진 쿠폰을 뿌리면서 판매가격을 낮춘데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으나 사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 50여명은 28일 오후 서울 역삼역 인근 한 건물 사무실에서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한숨소리와 안타까운 호소로 가득했다.
거액의 정산대금을 물린 판매자 240여명은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대응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날 대책 회의에 모인 이들은 50여명. 이들이 정산받지 못한 금액만 어림잡아 1000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핵심 책임자로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지목했다.
티몬·위메프에서 쌀을 판매해온 H사는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간 판매대금 15억원을 받지 못했다.
H사 관계자 최모 씨는 지난 4월부터 티몬·위메프가 이해할 수 없는 역마진 마케팅을 동원하는 등 수상한 기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최씨는 “원래 우리는 티몬과 거래가 없었다”며 “4월부터 티몬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역마진 쿠폰이 붙으면서 쿠팡과 G마켓 판매율이 뚝 떨어졌고 그 와중에 우리도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티몬에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역마진 쿠폰이란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쿠폰을 말한다.
그는 실제 티몬에서 6∼7월 두 달간 매출이 지난해 1년 치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났다. 이에 그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티몬 상품기획자(MD)에게 문의했더니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 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큐텐이 느닷없이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중대형 셀러가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앞으로 소형 셀러와 납품업자, 1차 생산업자에게까지 여파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또는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J사 대표 박모 씨도 티몬이 4∼5월부터 공격적으로 진행한 역마진 프로모션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우리와 상의 한마디 없이 모든 카테고리에서 최대 35%의 역마진 쿠폰이 붙었다. 100만원을 팔면 35만원을 손해 보는 구조였지만 강행했다”며 “2013년부터 티몬과 거래를 해왔는데 6∼7월 매출이 지난해 1년치보다 많은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부가가치세를 못 낼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직원이 많지 않지만, 급여는 줘야 하기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 솔루션 스타트업 P사를 운영하는 신모 대표도 “이번 사태의 파장은 전 산업군에 걸쳐 있다. 우리가 무너지면 당장 은행,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택배사, 손배보험사 등에 여파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생활용품 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10만원짜리 상품이 8만원에 판매가 됐다면 금융감독원과 공정위가 모니터링해 사태를 막았어야 했다. 정부도 관리 부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판매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긴급 대책을 요청했다. H사 관계자 최씨는 “정부에서 우리 빚을 갚아줄 순 없겠지만 당장 직원들 인건비라도 줄 수 있게 긴급 대출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가장 최우선으로 판매자 줄도산을 막아야 한다며 플랫폼에서 받아야 할 정산대금을 담보로 선정산 대출의 상환 연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판매자들은 이날 대책 회의를 기점으로 계속 대응 목소리를 모아나갈 계획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