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개편…금감원 2차 정정 요구가 ‘분수령’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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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논란’ 합병비율 수정 못하지만…여론 악화
주총 특별결의 통과·주식매수청구권 한도 관건
국민연금 결정에 따라 결정 전망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금윰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IFC 더포럼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36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금윰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IFC 더포럼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36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금윰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두산 측이 당국의 보완 요구를 반영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만큼 금감원의 두 번째 정정 요구 여부가 사업구조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지난 24일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정정 요구에 대해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사항을 반영해 증권신고서를 보완한 뒤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회사는 3개월 이내에 내용을 수정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관건은 정정신고서를 받아 든 금융당국이 한 차례 더 정정 요구를 할지 여부다. 물론 금감원이 합병비율에 대해 정정 요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분할합병 비율(1대 0.0315651),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교환비율(1대 0.6317462)은 상장사간 합병·교환은 시가로 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령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두산 역시 증권신고서에 지적된 사항들을 수정해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설명하는 것만 가능할 뿐, 합병비율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금융당국으로선 올해 들어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거세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이다. 이 경우 당국 재량으로 여러 차례 증권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다.

정치권도 이번 논란에 주목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두산 사태’가 도마에 오른 데다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법인에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부여하는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만약 금감원 심사를 통과한다면 남은 절차 중 주목할 것은 오는 9∼10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시장은 두산그룹 3사 중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가장 낮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두산과 특수관계인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0.67%를 소유하고 있으며 소수주주 지분율은 63.4%다. 상법상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는 특별결의 사항이다.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 간 분할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

열쇠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에너빌리티 지분 6.78%(4341만 9037주)를 가진 2대 주주여서 국민연금 의중과 일반주주들의 결집 정도에 따라 분할합병 계획이 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식매수청구권이 얼마나 행사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에너빌리티의 매수 한도 6000억 원을 넘어설 경우 양사는 분할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2만 890원으로 책정된 에너빌리티 주식매수청구가격으로 역산하면 2872만 1877주만 반대해도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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