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지곡 물로 동천 정화… 해수 투입 실패 반복 않기를
동천 살리기 20년 수질 개선 ‘헛바퀴’
보여주기식 넘어 구체적 효과 거둬야
동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성지곡 수원지의 계곡물이 투입된다. 사진은 동천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똥천’이라는 오명을 쓴 부산 동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부산시가 성지곡 수원지의 계곡물을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수원지에서 부전천을 거쳐 빗물·오수와 함께 하수처리장으로 향하는 계곡물을 동천으로 흐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부전천 안에 1.7km 길이의 분리 벽을 설치해 깨끗한 성지곡 계곡물을 동천으로 직접 유입시키는 것이다. 동천의 수질 개선은 지역의 숙원이었으나 20년이 흐르도록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바닷물을 끌어다 부은 해수 투입 대책도 수백억 원의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듣는 마당이다. 동천 살리기 정책이 더 이상 실패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동천 지류인 부전천은 성지곡 수원지부터 광무교까지 이어지는 4.62km 길이의 복개 하천이다. 이곳을 흐르는 계곡물은 현재 생활하수와 비점오염원과 섞인 채 박스형 구조물을 통해 하수처리되고 있다. 여기에 분리 벽을 설치하면 생활하수와 나눠진 맑은 계곡물이 동천으로 흘러 수질을 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 부산시의 복안이다. 하천 수질 오염원으로 꼽히는 복개 하천의 침사지 등을 제거하는 공사가 내년 6월이면 마무리되는데 이때부터 하루 평균 7000t의 물이 공급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양으로 수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하루 최대 25만t의 바닷물로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근 20년 역사를 거슬러 오르는 동천 살리기는 부산의 최고난도 하천 정책 과제로 꼽힌다. 2004년 허남식 시장 때 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동천’ 약속은 끝내 무위로 끝나곤 했다. 2010년 바닷물을 끌어와 오염 물질을 씻는 이른바 ‘해수도수’ 사업이 대안으로 마련됐지만 이 역시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했다. ‘부전천 복원을 통한 동천 복원’ ‘동서고가도로 철거 뒤 동천 물길 복원’ 같은 계획도 나온 바 있으나 갖가지 이유로 다 좌초됐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나온 ‘동천을 살리겠다’는 구호는 늘 공염불로 끝났고, 그때마다 부산 시민들은 아쉬움을 삼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성지곡 계곡수 투입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질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함을 알 수 있다. 과제들은 수두룩하다. 상류의 비점오염원을 개선하는 작업, 생활 오폐수를 막는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 누수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하는 해수도수 관로의 보수·정비 등이 그것이다. 현재 오염된 동천에서 흘러나온 해수를 다시 끌어 올려 동천에 붓는 해수도수 사업도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수장의 의지다. 보여주기식 단기 처방을 넘어 장기적 안목에서 체계적 하천 관리 방안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계곡물 투입 대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