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더 못 버티겠다” 사람 잡는 살인적 더위
부산 곳곳서 폭염과의 전쟁
한증막 된 급식소 조리실부터
햇빛에 노출된 건설 현장까지
온몸에 쿨파스 붙이는 등 사투
연제구선 열사병에 노동자 숨져
더위 피해 떠도는 ‘폭염 난민’도
“물에서 나온 것처럼 옷이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입니다. 여름에 급식소 일이 힘들지만 올해는 특히 못 버티겠습니다.”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른 1일 오전 11시 30분 부산 연제구 거제종합사회복지관 무료 급식소. 배식을 마친 조리사 이주화(58) 씨는 땀을 뚝뚝 흘렸다.
그는 장화, 긴팔 상의, 마스크, 모자, 방수 앞치마까지 입고 일을 한다. 속옷까지 다 젖어 하루에 옷을 두 번 갈아입어야 한다. 힘들어도 혼자 130인분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살인적인 폭염이 지나가길 바라며 묵묵히 버틸 뿐이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에 폭염이 덮치면서 무더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생업을 가진 시민 입에서는 “요즘은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온다. 전기세 폭탄이 두려운 서민들은 시원한 곳을 찾아 떠도는 ‘폭염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한다. 푹푹 찌는 날씨 앞에 다들 속수무책이다.
무료 급식소는 폭염이 가장 큰 ‘적’이다. 영양사 윤진하(42) 씨는 최근 식재료 소독 공정을 추가했다. 윤 씨는 “식중독 위험이 높아져 상할 수 있는 재료는 최대한 쓰지 않는다”며 “끓이고 삶는 공정을 추가하니 조리실 안은 한증막”이라고 토로했다.
건설 현장 노동자는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영구에서 15층 호텔을 짓는 공사장에선 더위를 막는 일이 최대 숙제다. 작업을 하면 체감 온도가 40도에 근접한다. 지난달 30일 연제구에선 작업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모에 챙을 달거나 쿨 파스를 온몸에 붙이며 무더위에 맞서고 있었다. 호텔 공사 안전담당자인 A 씨는 “쿨링조끼 하나 가격이 10만 원 정도”라며 “겨우 10개를 구입해 더운 곳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주는 정도”라고 귀띔했다.
시장 상인들도 온갖 방법을 동원한 채 더위와 씨름 중이다. 이날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는 얼굴에 자외선 차단제, ‘쿨 패치’를 붙이고 손님을 맞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상인 김 모(58)씨는 “시장이 아케이드 천장 형태라 온실효과가 생겨 더욱 뜨겁다”며 “더위도 힘들지만 손님들이 빨리 시장을 떠나는 게 더 야속하다”고 말했다.
노년층이나 서민들은 폭염이 더 서럽다. 이날 부산 연제구 거제동 무더위 쉼터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노인 발걸음이 이어졌다. 다들 선캡을 쓰거나 수건을 목에 둘렀다. 쉼터 관리팀 김문섭 과장은 “이른 시간부터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 최근에는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8시에 문을 연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무더위 쉼터도 속수무책이다. 냉방 온도 24~26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더위 쉼터마저 문을 닫는 주말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부산시에는 무더위쉼터는 1365곳이다. 그중 주말에는 553곳만 문을 연다.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박원태(88) 씨는 “주말에는 은행, 관공서, 무더위 쉼터도 문을 닫는다”며 “주말에 최고 더위가 찾아온다는데 어디서 하루를 보낼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