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반려인들 주목…댕댕이랑 함께 바다로 ‘풍덩’ 할 수 있는 이곳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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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반려동물 전용 공공해변
작년 첫 선 ‘거제 댕수욕장’ 입소문
명사해수욕장에 농구장 10개 크기
반려동물 맞춤형 편의시설도 갖춰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평일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는 반려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진 기자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평일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는 반려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진 기자

“주변 눈치 안보고 같이 물놀이 할 수 있어 너무 좋네요”.

한낮 체감 기온이 36도에 육박한 1일 오전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명사해수욕장. 거제 지역 해변 중에도 모래질이 좋고 바닷물 맑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면 노송이 울창한 숲과 함께 새하얀 모래해변이 펼쳐진다.

길이 350m, 폭 30m 드넓은 백사장.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해변 한쪽에서 강아지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바다를 보자 흥분한 놈들은 냅다 물속으로 뛰어든다. 앙증맞은 구명조끼를 걸친 채 헤엄도 치고 패들보드에 올라 느긋하게 바다 위를 떠 다닌다. 겁 많은 놈들은 주인 품에 안겨 겨우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 한 무리는 무언가에 꽂힌 듯 구덩이 파기에 열중하더니 이내 지쳐 늘어진다.

거제시가 반려 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조성한 ‘댕수욕장’의 일상이다. 댕수욕장은 강아지를 뜻하는 신조어인 ‘댕댕이’와 ‘해수욕장’ 합성어다. 개인이 아닌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반려동물 전용 공공해수욕장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평일에도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김민진 기자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평일에도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김민진 기자

명사해수욕장 중앙 화장실을 기준으로 왼편이 댕수욕장이다. 면적은 농구장 10개를 합친 4200㎡ 크기다. 명사해수욕장 전체 백사장(1만 6900㎡)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강아지·고양이 전용 샤워장, 간식 교환소, 파라솔, 몽골텐트 등 편의시설도 맞춤형으로 준비했다. 샤워장에는 대형 선풍기와 드라이룸을 갖춰 물놀이 후 몸단장까지 마치고 귀가할 수 있다.

간식 교환소는 ‘내가 머문 자리는 내가 정리한다’는 휴양지 에티켓 준수를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 시설이다. 반려동물 분변을 봉투에 담아 내면 간식으로 바꿔 준다. 장거리 운전에 따른 불안감 해소와 영역 표시 본능을 해결해야 하는 반려견을 위해 주차장에 인조 매트를 깔아 임시 화장실도 만들었다. 비치클리너도 주기적으로 투입해 백사장 청결 상태를 유지한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눈치 보기가 일상인 반려인들에게 댕수욕장은 천국이다. 대구에서 온 한 피서객은 “일반 해수욕장은 아이들이 많아 신경 쓸 게 많은데 여기선 마음 놓고 놀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반려인들 사이엔 벌써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긴 장마 탓에 거제 지역 해수욕장 16곳 대부분은 이용객이 감소했다. 대표 해변 중 하나인 구조라도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반면 댕수욕장이 있는 명사해수욕장은 전년보다 12%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려견 4294마리도 함께 피서를 즐겼다. 올해도 벌써 1388마리가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평일에도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김민진 기자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평일에도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김민진 기자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해수욕을 마친 견주와 반려견이 몸을 씻고 있다. 김민진 기자 거제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반려동물 전용 해변 ‘댕수욕장’. 해수욕을 마친 견주와 반려견이 몸을 씻고 있다. 김민진 기자

댕수욕장은 오는 18일까지 피서객을 맞는다. 다만 동물보호법에서 맹견으로 분류한 맹견 5종은 입장이 제한된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다. 일반견 중에도 공격성이 강한 경우 입마개 착용이나 일정 시간 퇴장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또 각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입수 땐 구명조끼를 입고, 백사장 내에서는 반드시 목줄을 착용해야 한다.

댕수욕장 성공에 고무된 거제시는 테마별 해수욕장을 더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와현모래숲해변에 장애인 전용 해수욕장을 마련했다. 이곳에선 장애인도 특수휠체어를 타고 일반인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거제시 장우재 해양항만과장은 “내년에 맨발걷기 해수욕장을 만들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해양레저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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