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지정 코앞인데… 산악자전거에 금정산 환경 훼손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주민·등산객 안전 위협 민원
등산로 훼손에 자연환경 파괴
차마 진입 제한 사실상 어려워
타 지자체는 금지 조항 마련도
"국가 중요 환경자산 보전 절실"

부산 금정구 금성동 금정산에서 한 시민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등산로를 달리고 있다(왼쪽). 금정산 내 파손된 나무 계단.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부산 금정구 금성동 금정산에서 한 시민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등산로를 달리고 있다(왼쪽). 금정산 내 파손된 나무 계단.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지난 10일 오전 10시 부산시 금성동 금정산. 자전거를 실은 차량들이 산성고개를 지나 남문 입구로 줄지어 올라갔다. 주말을 맞아 금정산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다. 산악자전거가 지나간 자리는 흙이 깊게 파이고 주변의 식물들은 납작하게 눌렸다. 등산로 나무 계단은 여기저기 뜯어져 있었다.

부산 명산 금정산이 산악자전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환경을 파괴하고 등산객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정산이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기 시작한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정산관리초소에 따르면 산악자전거로 인한 주민과 등산객들의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산악자전거 행렬에 안전을 위협받는다는 취지다. 산악자전거를 피하려다 등산객이 미끄러지는 사고도 났다. 자전거가 계속 지나가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계단이 파손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악자전거 동호회가 금정산 곳곳에 돌이나 흙으로 점프대를 만들어 놓는 일도 벌어졌다. 관리초소에서 철거해도 다른 곳에 점프대가 생겨나고 있다. 고난도 코스 주행 영상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달리는 일도 있어 등산로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단체도 우려를 나타냈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20~100명 가까이 되는 동호회 회원들이 산악자전거를 타며 금정산 자연환경은 물론 국가 유산인 금정산성까지 파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2020년 숲길 이용자 안전과 숲길 보호를 위해 숲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차마 진입 제한 숲길로 지정할 수 있도록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지방산림청장과 지자체장이 지정할 수 있으며 해당 숲길의 위치·구간·거리·금지 기간 등을 고시하도록 한다.

하지만 개인 사유지 등의 이유로 숲길 차마 진입 제한구역 지정·고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시 푸른숲도시과 관계자는 “금정산에 진입 제한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없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관할 구청에서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계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금정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행위 자체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민원은 계속 늘지만 실질적인 계도는 어렵다. 금정산관리초소 관계자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행위가 금지된 게 아니다 보니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막을 순 없다”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이라 우리가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타 지자체에선 등산로 일부에 산악자전거 출입을 금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서울특별시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해 등산로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자전거 출입을 금지할 수 있게 했다. 제주도는 산악자전거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지난해 한라산 둘레길 일부에 대해 자전거 출입을 금지했다.

한편, 부산의 명산 금정산은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금정산은 국가 주요 생태 축 중 하나인 낙동정맥 끝자락에 위치해 지리적, 생태적, 인문·사회적 가치가 높고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국가지질공원으로 국가 중요 환경자산”이라며 “많은 탐방객과 높은 개발 압력으로 훼손 위협이 있어 국가 주요 환경자산으로서 보전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