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고의 의료서비스 제공하는 2.5차 병원 될 것"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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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성 은성의료재단 이사장

11개 네트워크 병원 운영
특성화·전문화로 역량 강화
AI 병원 솔루션 선도적 도입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 노력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이 13일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이사장실에서 재단 운영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은성의료재단 제공 은성의료재단 구자성 이사장이 13일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이사장실에서 재단 운영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은성의료재단 제공

부산 좋은문화·삼선·강안병원을 비롯해 영남 지역에서 5개 종합병원과 6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은성의료재단이 46년 만에 새로운 선장을 맞이했다. 지난달 30일 취임한 구자성 은성의료재단 이사장은 창업자이자 1대 이사장인 구정회 회장의 뒤를 이어 4700여 명의 직원과 3100여 병상을 갖춘 대형 병원 그룹을 이끌게 됐다.

13일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이사장실에서 만난 구 이사장은 “당장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진료 현장의 현실에 더욱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 대란의 격랑 속에서 키를 잡게 됐지만 그럴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병원에게는 환자가 최우선입니다. 우선 지금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겠고, 앞으로는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도 좋은병원들에서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은성의료재단의 전략은 특성화와 전문화다. “이미 좋은문화병원은 산부인과와 유방·갑상선외과, 좋은삼선병원은 정형외과, 좋은강안병원은 암센터 등으로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병원별로 5개 과 정도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성화 센터를 갖추고 대학병원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진료 역량을 갖출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하고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은성의료재단은 1978년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구정회 정형외과와 문화숙 산부인과를 모태로 출발해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법인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에 이어 46년 만에 대를 잇는 40대 경영자에 대해 의료계 안팎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구 이사장은 “철두철미하게 환자와 고객을 위한 기본을 지키는 리더십과 경영철학, 변화에 대응하고 때로 앞서간 혁신 전략 등 전임 이사장의 유산을 이어받아 안정 속에서 잘 계승하는 것이 제일 과제”라면서도 젊은 리더로서 초점을 두고 있는 과제로 스마트병원과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의료는 필연적으로 4P(Precision·정밀, Prevention·예방, Prediction·예측, Participation·참여)가 중요해질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스마트를 위한 스마트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의 성적을 올리고 고객의 편의를 높이는 스마트화를 위해 선도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산 지역 3개 좋은병원들은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 촬영 판독, 시험관 아기 성공률을 높여주는 배아 선별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의 AI(인공지능) 솔루션을 공동 연구하거나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또한 보다 나은 병원을 위한 과제다.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특성상 수직적인 조직문화였지만, 위계질서가 강한 병원일수록 현장의 작은 실수가 은폐되고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해 오히려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가감 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위해서 평직원들과 정기 간담회를 갖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변화가 있습니다.”

구 이사장은 궁극적으로 은성의료재단의 좋은병원들이 2차 병원을 넘어 지금 3차 병원(대학병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진료의 상당 부분을 차질 없이 해낼 수 있는 2.5차 병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번 의정갈등이 반드시 지역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고 필수의료 영역의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기점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2차 병원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시민들에게는 엄청난 축복이 아닐까요? 좋은병원들을 시민들의 축복이 될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그것이 은성의료재단과 제가 의료법인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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