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밀양시, 현판식까지 가진 ‘밀양융합캠퍼스’ 설립 표류
경상국립대와 밀양시가 지난해 12월 밀양시립도서관에서 가진 밀양융합캠퍼스 설립추진기획단 사무실 현판식. 경상국립대 제공
경상국립대와 경남 밀양시가 지역 주민의 평생교육욕구 충족과 지역 소멸방지 등을 위해 ‘밀양융합캠퍼스’를 설립한다며 추진기획단 현판식까지 가졌지만 추진 일정에 대한 의견 차로 인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추진기획단 출범 당시의 경상국립대 총장과 밀양시장이 임기 종료와 출마 등으로 모두 교체된 상태여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한 방향성마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4일 경상국립대와 밀양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 밀양시립도서관에서 밀양융합캠퍼스 설립 추진기획단 사무실 현판식을 개최했다. 당시 양 기관은 수요자가 요구하는 맞춤형 온·오프라인 교육 모델로 개발·운영함으로써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욕구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정주 유도, 지역 소멸 방지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경상국립대는 2024년부터 밀양융합캠퍼스 시범사업으로 스마트팜과정, 도시재생과정 등의 마이크로 마스터 디그리(Micro master Degree)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을 수료하면 총장 명의의 수료증도 발급해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최근까지 양 기관은 캠퍼스 설립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 수립을 비롯해 시범사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마련한 설립추진단 사무실에는 현재까지 현판만 걸려 있을 뿐 추진을 위한 협의 일정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사업추진이 더딘 것은 캠퍼스 설립 일정에 대한 양쪽 기관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는 급하고 대학은 비교적 느긋하다는 것. 밀양시는 계속되는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이 소멸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학과 개설과 스마트팜 과정, 도시재생 과정 등이 포함된 융합캠퍼스 설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밀양시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밀양융합캠퍼스 설립이 꼭 필요하다며 경상국립대에 구체적 일정을 밝혀달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이에 대해 경상국립대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단계를 밟아가자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거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말부터 평생교육도 하고 내년에 계약학과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올해 예정됐던 총장 교체 일정이 늦어졌고, 시기가 맞물리면서 대학 내 전체 사업이 조금씩 연기된 상황”이라며 “지난 6월 말 현 총장 취임과 함께 대학이 안정화되면서 모든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두 기관의 수장이 모두 교체된 것도 사업이 늦어지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밀양시는 당시 설립을 추진한 박일호 시장이 현판식을 개최한지 7일만에 제22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올해 4월 10일 개최된 총선과 함께 개최된 밀양시장 선거에서 안병구 현 시장이 당선됐다. 수장이 바뀐 곳은 경상국립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판식을 가진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도 올해 6월 5일 제11대 총장 임기를 마치고 이임했다. 이후 권진회 총장이 지난달 취임하면서 보직교수 등이 상당수 바뀐 상태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