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청문회… 청문 없이 여야 공방만 난무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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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사위 검사 탄핵 청문회
여 “탄핵당” 야 “김건희 살인자”
고성에 삿대질 주고받으며 충돌
과방위 방송 장악 2차 청문회도
쿠데타 발언에 격한 설전 벌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왼쪽) 의원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왼쪽) 의원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국회 청문회가 실속 없는 여야 공방장으로 전락했다. 거대 야당이 강행·예고한 청문회만 16회에 달한다. 이는 역대 국회 청문회 횟수를 훌쩍 넘은 수치이다. 14일 나란히 열린 ‘검사 탄핵’·‘방송 장악’ 청문회 역시 청문보다는 의원 간 고성과 삿대질이 반복됐다.

이날 국회에선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 청문회가 열렸다. 여야는 검사 탄핵소추 적절성을 놓고 쳇바퀴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검사 탄핵소추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법사위가 아까운 시간을 들여 굳이 청문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과연 탄핵 외에 검사 징계 수단으로 검사징계법이라는 게 있고, 해임 등 여러 유형의 징계가 가능하다”며 야당의 탄핵소추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겨냥해 “세간에는 민주당이 탄핵당이냐는 말이 나온다. 장마가 끝나고 탄저병이 도는데 국회에서는 탄핵당이 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여야 간 신경전이 고조되자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권익위 간부의 사망을 언급하며, 권익위의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됐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전 의원은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 윤석열이 국장을 죽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회의장은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권익위원장을 지냈던 전 의원을 겨냥해 “(당신 때문에)그분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나. 본인은 그분의 죽음에 죄가 없느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맞받았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았느냐. 300만 원(짜리 명품백)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목소리 높이면서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제지했지만, 날이 선 여야 의원들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한동안 서로에게 고성을 지르며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여당 법사위 위원들은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이익 앞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와 성찰 없이 무책임하고 무도한 발언을 했다”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을 곧바로 반박했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며 "공직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또다시 정치공세에 활용하는 야당의 저열할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 장악 관련 2차 청문회’도 가시밭길이었다. 2인 체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향한 야당의 “방송 장악 쿠데타” 주장에 여당은 야당의 불법 단정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대신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이 출석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방통위가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임명된 당일 전체회의를 열고 군사작전 하듯 1시간 반 만에 83명의 이사 후보를 심의하고 13명 선임을 의결했다. 이건 분명한 방송 장악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이 의원의 ‘쿠데타’ 표현에 “쿠데타란 기존 질서와 법을 무시하고 폭력적인 행위로 기본 판도를 바꾸는 행위”라며 “방통위는 이사 선임과 관련해 어떤 법도 어긴 게 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김 부위원장의 태도를 놓고도 집중 공격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김 부위원장을 향해 “톤 조절은 내가 한다. 건방 떨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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