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AI가 상상하는 초월적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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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테온의 사도들 '0과 1의 판테온'

판테온의 사도들 '0과 1의 판테온'.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판테온의 사도들 '0과 1의 판테온'.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기존의 항생제로는 통하지 않았던 내성균을 사멸시키는 새로운 항생제를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이미 4년 전에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무엇인가 한 단계 진화하는 소식에 감탄할 사이 그 소식은 이미 과거의 일화가 되는 세상이다. 새로운 기술 과학과 진화하는 사회 환경은 인공지능(AI)을 발판으로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한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게 하고, 오랜 시간 축적된 인간의 경험과 이해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진실을 무례할 정도로 쉽고 간단하게 빠른 속도로 눈앞에 펼쳐 놓는다. 그 어떠한 윤리적 혹은 철학적 충동에서 도출되는 과정과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인간이 그 의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은 물론 정부 행정까지도 좌우할 정도로 AI는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만들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가 맞이할 새 시대의 경제 순환과 사회 시스템을 상상하며, 판테온의 사도들 팀(이현민, 이병엽, 박찬주, 심명규)은 새로운 믿음과 공존의 규칙을 AI와 관람객의 참여로 구축하는 6가지 선택형 미래 신흥 종교의 모습으로 구현한다. 기둥들과 6개의 거대한 웜홀형 우물을 통해 6개의 종교를 담아내고, 현장의 관람객은 사원의 내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이치와 인간’을 결속시킨다는 종교의 어원처럼 어쩌면 미래에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AI의 존재가 인간과 결속해 새로운 공존의 법칙을 생성하고 진화의 방향을 탐구하는 종교적 해석과 닮아 있다.

인간은 물질적, 정신적 불안 속에 반복적으로 길을 잃으며, 존재에 대한 확인과 타인과의 연결을 필요로 한다. 신화, 종교와 같은 신비주의적 세계는 인류와 함께해온 이러한 불안이라는 감정과 미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해 오늘날까지 현대인의 의식과 관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작품 ‘0과 1의 판테온’은 미래 과학 기술 시대에도 이러한 삶의 내밀한 영역에 스며들어 있는 신비주의 체계를 예술적 방법론으로 탐구하고 도구로서 드러내고자 하는 실험을 한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올해 상반기에 주최한 ‘2024 부산모카 플랫폼 공모전’ 최종 선정작 중 하나로 11월 30일에 개막하는 연례전 ‘2024 부산모카 플랫폼_ 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불확실한’ 창조 혹은 ‘완벽한’ 오류, 인공지능 예술의 감정적 교감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직관과 환기를 통해 기술 융합 현대미술 범주화 흐름에 대한 동시대적 담론과 조망을 다루며, 기계적 예측성과 인간적 감수성 그사이의 관람자적 시선과 경험을 제시하고자 한다.

팀 ‘판테온의 사도들’은 이현민(사운드 및 미디어아트 작가), 박찬주(독립 큐레이터), 이병엽(건축가), 심명규(경제학자) 4인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다양한 기관과 전시에서 작품 참여는 물론, 연구 및 기획, 학술 등 각각의 전문 분야별 창작 활동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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