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쪽 난 광복절… 국민 통합에 힘쓰는 정치 절실하다
갈등과 분열로 우리 사회 안전성 흔들려
민심 따르는 정치가 진정한 화합 이끌어
정부가 15일 주최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결국 대통령과 정부·여당만의 행사로 치러졌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와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부 주최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기념식을 가졌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파문이 이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광복 이후 이념과 정파 구분 없이 함께 기념해 온 광복절 경축식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두 동강 난 상태로 개최된 것이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억하고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는 등 국민 통합의 자리가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꼴이 됐으니 실로 개탄스럽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그 분열의 씨앗을 던진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지난 8일 취임한 김 관장은 친일청산의 의미를 폄훼하는 언행 등으로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돼 왔다. 이런 인물을 독립기념관의 수장에 임명했으니 반발은 당연하다 하겠다. 독립기념관장만이 아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사편찬위원회 등 정부 관할 역사기관의 수장 자리도 죄다 편향된 이념의 인사로 채웠다. 그뿐인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문수 노동부장관 임명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이런 ‘마이 웨이’식 국정 운영으로 이념적 갈등을 부추긴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때 우리나라는 지역갈등이 극심했다. 아직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폐해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념 갈등이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보수인지 진보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세력들이 편협한 진영논리를 앞세우며 증오를 배설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은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적대감만이 심각한 수위로 치닫고 있는데, 그 정도가 좌우 분열의 긴장이 팽배하던 광복 직후 상황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선열의 피로 되찾은 국권 아닌가. 하지만 지금처럼 분열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망국의 길을 걸을지 모른다.
성인 92%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본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가 최근 있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58%가 결혼이나 연애를 거부한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이념에 따른 분열 양상이 그만큼 위험한 수준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할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과 정치권에 있다. 독불장군은 결코 선(善)이 될 수 없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은 늘 옳다”고 하지 않았나. 여야 정치권의 노력도 절실하다. 정쟁을 할 땐 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는 서로 협력하는 결기를 가져야 한다. 정치권은 ‘두 쪽 난 광복절’의 의미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