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비틀호 결함 숨긴 경영진, 하마터면 대형 참사 날 뻔
JR큐슈고속선 조직적 은폐 정황
지난 2월 누수 사실 알고도 쉬쉬
전 사장·이사 짜고 데이터 조작
누수 수리도 않은 채 운항 계속
일 정부 불시 감사 후 겨우 적발
그대로 운항했다면 아찔한 참사
속보=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퀸비틀호’가 누수로 운항 중단(부산일보 8월 14일자 2면 보도)한 가운데, 여객선 운영사인 JR큐슈고속선의 당시 사장이 선체 결함 사실을 숨기고 운항 계속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의 조직적 은폐로 3개월간 승객의 목숨을 건 위험한 운행이 어어져온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감사가 없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과 일본의 이용객들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15일 서일본신문에 따르면, JR큐슈는 전날(14일) 후쿠오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퀸비틀호 누수 데이터 조작과 누수 발견 센서 위치 이동 등과 관련해 당시 사장인 다나카 와타루가 이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JR큐슈 마쓰시타 다쿠마 이사는 “운항관리자를 통해 자체 관리부, 정규 항해일지 등에 허위 기재가 이뤄졌다”며 “이는 다나카 전 사장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JR큐슈고속선은 지난 2월 퀸비틀호의 누수 사실을 확인했지만, 5월까지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성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채 계속 운항했다. JR큐슈고속선은 누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누수 센서의 위치를 옮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모회사인 JR큐슈가 누수 은폐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 7일로 국토교통성의 불시 감사 직후다. JR큐슈는 JR큐슈고속선이 누수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리부를 이중으로 만들어 실제 선박의 상태와는 다른 내용을 기재했다. JR큐슈고속선은 누수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이중 관리부에 ‘이상 없음’이라고 줄곧 기재해 온 것이다.
JR큐슈고속선은 누수 부위를 수리하지 않고 대신 펌프를 통해 해수를 배출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2~3리터에 불과하던 침수량은 서서히 늘어나 5월 말에는 700리터 이상까지 늘었다. 이 과정에서 침수를 감지하는 센서는 50cm 위로 옮겨졌다. 실제로 지난 5월 30일에는 부산행 퀸비틀호에서 운항 중 바닷물이 들어온다는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당시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 340명이 타고 있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퀸비틀호가 갑작스럽게 운항을 중단했지만, 항공이나 고려훼리의 뉴카멜리아호 등 대체편이 있어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이용객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토교통성의 감사가 없었다면 조직적으로 은폐된 선체 결함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퀸비틀호 정원은 502명이며, 영업 좌석은 448석에 달한다.
평소 퀸비틀호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이용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퀸비틀호 누수 관련 기사가 공유되며 “무사히 도착한 걸 천운으로 생각해야겠다”, “사고가 났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나” 등의 걱정스러운 댓글이 줄을 이었다.
JR큐슈는 기자 회견을 통해 운항 관리를 JR큐슈고속선에 일임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에만 보고하도록 한 부실한 시스템이 원인이었다고 해명했다. JR큐슈 측은 “이러한 사실을 점검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있다.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마쓰시타 이사는 다나카 전 사장의 은폐 동기에 대해서는 “다른 사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진행한 뒤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나카 전 사장 해임 이후 새롭게 JR큐슈고속선 사장에 임명된 오오바 켄지도 기자 회견에서 “그동안 안전 관리 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추후 개선책을 통해 신뢰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이은철·히라야마 나루미 서일본신문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