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자영업자 ‘동아줄’, 새출발기금 신청 폭주
올 상반기 부산 신청자 1294명
지난해 전체 1516명 85% 넘어
회생 조정 증가에 부결도 늘어
대환 대출 지원 등 보완책 필요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회생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올해 6월까지 신청자 수가 지난해 전체 신청자 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 거리의 상가 건물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0년간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김진희(42) 씨는 지난달 고민 끝에 정부 자영업자 회생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문을 두드렸다. 2020년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고 저녁 시간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홀로 카페 운영을 이어갔지만 올해부터는 가게를 담보로 한 대출 5000만 원 이자를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이자 내기 급급했던 올해 초를 지나 여름에 들어서자 이자조차 내기 어려웠다. 김 씨는 “새출발기금 신청으로 원금을 감면받았지만 새 사업을 위한 추가 대출은 어렵고 폐업하면 남은 원금, 이자를 갚을 방법이 없어 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회생 제도인 정부 새출발기금의 부산 지역 신청자 수가 올 상반기만에 지난해 신청자의 8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 속에 채무 압박으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추세면 2022년 새출발기금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출발기금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특화한 회생 제도인 만큼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부산에서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을 신청한 채무자는 1294명으로 총 조정 채무액은 2215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516명의 채무자가 2612억 원을 조정받은 것과 비교하면 85.3%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상반기 2만 6178명이 4조 3372억 원의 새출발기금 지원을 신청했는데 지난해 한 해 신청자 3만 1706명의 90% 수준에 도달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회생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올해 6월까지 신청자 수가 지난해 전체 신청자 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 인근 상가들이 밀접한 거리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새출발기금 대상이 되면 무담보 5억 원·담보 10억 원을 합쳐 총 15억 원, 원금을 최대 80%(취약 계층은 최대 90%)까지 감면 받을 수 있다. 이자를 낮춰 최장 20년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도 가능하다. 기금 지원을 받으면 추가 대출이 어렵고 신용 점수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만큼 새출발기금은 자영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인식된다. 법원 개인파산, 신용회복위원회 개인회생 등의 제도가 있지만 대상 조건이 까다롭고 채무 조정 기간, 비용 소모가 크다. 하루가 급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고 회생 범위가 넓은 새출발기금으로 몰리고 있다.
새출발기금으로 자영업자가 몰리고 이에 따라 회생 신청 부결 사례도 늘어나면서 출범 3년째를 맞은 새출발기금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새출발기금은 지난 6개월간 신규 대출이 있으면 지원이 되지 않는데 이는 실제 자영업자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자 한 푼을 아끼기 위해 자영업자들은 대환 대출을 가장 먼저 고민하는데 대환 대출이 신규 대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기관과 새출발기금의 협약 문제로 자영업자들이 손쉽게 찾는 새마을금고, 지역 일부 단위 농협은 지원 대상에 빠져 있다.
최근 월세 체납, 이자 연체 등으로 새출발기금 상담 후 기금 지원 승인을 받지 못했던 식당 사장 김 모(36·부산 연제구) 씨는 “모든 조건이 가능했지만 새마을금고 상품을 대출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대출을 한 건데 열심히 산 사람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예산, 신청 기간을 확대하고 대환 대출에 대한 지원, 새마을금고에 대한 지원 등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회생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올해 6월까지 신청자 수가 지난해 전체 신청자 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 거리의 상가 건물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