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직속 기구 세워 재고용 큰 그림 그려야 [구심점 잃은 신중년 고용]
하: 부산형 허브 구축하자
여러 기관 서비스·정보 모으고
구직자·구인 업체 통합 관리
원스톱 지원 컨트롤타워 시급
기업 맞춤형 기술·능력 재교육
50+ 생애재설계대학 등 확대
중장년 창업 지원 정책도 필요
신중년을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도록 지원하는 종합대책을 수립할 부산형 컨트롤타워 수립 요구가 거세다. 전문가들은 부산시장 직속 통합기구를 구축해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의 고령자 취업 지원 교육 모습.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제공
전문가들은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 법정 정년이 이미 시작됨에 따라 신중년(50~64세)을 노동시장에 보다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대책을 수립할 부산형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중년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파악하는 단계부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산업 구조 변화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아우를 컨트롤타워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선 부산시장 직속 기구를 구축해 흩어져 있는 기관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면밀한 연구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시장 직속 통합기구 구축
OECD 주요 국가들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령 인력의 노동 참여를 적극 확대해 왔다.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말 공개한 ‘부산 지역 고령자 노동 실태와 지원 방안’에 따르면 청년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고령 인력의 조기 은퇴정책까지 실시했던 OECD 주요 국가들이 정책을 바꾼 것은 고령인구의 확대에 따른 노동력 부족, 연금 개시 연령 등의 문제가 중첩되면서다.
‘노동 없는 복지’에서 ‘복지를 넘어선 노동’으로 전환한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연령 통합적 근무 환경 조성 규정 강화, 연령 제한 없는 일자리, 고령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노동조건 개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를 확대했다.
하지만 은퇴하기 시작한 신중년을 노동 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이들을 관리할 통합 기구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러 부처와 기관에 흩어진 서비스와 정보를 한데 모으고 구직자와 구인 업체를 통합 발굴·관리하기 위한 권한과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부산시장 직속 컨트롤타워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년이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돕는 프로그램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례와 지표 등을 기반으로 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특정 부서에 업무가 국한되거나 위탁 운영이 이뤄지면 기존 시설과 유사한 지원 시설 한 곳이 추가되는 것에 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잡센터 플러스나 정부 부처 10여 곳과 정부 기관 20여 곳이 제공하는 150여 가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호주의 센터링크는 통합 관리 및 지원 측면에서 벤치마킹할 만하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초의수 교수는 “정부 부처와 기관을 총괄하는 부산형 컨트롤타워 아래 부산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구인구직을 적극 개척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신중년 노동 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관별 혹은 부처별 장벽의 주된 원인이 실적에 있는 만큼 해당 기관이나 부서들이 실적에 얽매이지 않도록 상호 협력에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부산연구원 이재정 연구위원은 “예산을 위해서는 실적에 매달려야 하고, 기관들끼리 실적을 위한 견제가 첨예할 수밖에 없다”며 “가산점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기관 혹은 부서 간 벽을 허문다면 불필요한 행정 절차나 자원 낭비를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년에 맞는 재교육 필수
신중년에 해당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1차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소득과 학력이 높고 온라인 접근이 용이해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지난해 초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부산지역 고령자 고용 실태 및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1%)가 재취업을 위해 활용하는 경로로 온라인 채용 플랫폼을 택했다. 온라인을 통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재교육의 필요성도 부각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선 일선 기업이 원하는 기술과 업무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중년 재교육을 위해 지역 대학과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부산가톨릭대가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전국 첫 세대 통합형 4년제 학부 과정인 미래설계융합학부를 개설하고,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가 매년 신중년 특화 단기과정을 진행하면서 신중년 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것은 직무 미스매치를 어느정도 해소해 줄 대안이 된다. 부산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하는 50+생애재설계대학의 경우 신중년을 대상으로 재취업과 창업, 사회공헌활동 등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관련 교육과정과 인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청년 중심의 창업을 신중년으로 확대해 창업을 통한 세대 이음 정책도 요구된다. 중장년 기술창업센터의 운영을 맡았던 평생교육진흥원이 지난해 여성가족개발원과 통합된 이후 사업을 종료하면서 부산에는 중장년을 위한 창업지원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올해부터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와 중장년 기술창업센터를 합쳐 운영하기로 한 데다 부산에 창업청이 별도로 꾸려지는 만큼 신중년과 청년이 함께 할 수 있는 창업 정책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부산가톨릭대 한정원 산학협력단장은 “직업 교육을 받지 않고 일자리를 찾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 교육을 통해 신중년이 세컨드 잡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라며 “신중년을 비롯한 고령자가 보다 다양한 직종에 진출하고 새로운 직무를 맡을 수 있도록 기업도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이나 폐지, 퇴직자 재고용, 임금 구조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야 한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부산형 통합기구를 만들고 학계·시민사회가 적극 협력해 제도적·법적 개선을 이끌어낸다면 부산이 초고령사회의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