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부터 지자체 폭염대책 재정비까지… 최장 열대야에 ‘비상’ 걸린 일상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오후 부산의 한 건물 외벽에 빼곡히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가동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더위가 사그라진다는 처서(處暑)에도 역대급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열사병에 이어 ‘24시간 냉방 생활’ 속 냉방병을 호소하고 지자체는 폭염대책을 연장하는 등 길어진 폭염 일수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한다.
24일 오후 2시 수영구 광안동 한 카페는 한낮 내리쬐는 뙤약볕을 피해 숨으러 들어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바깥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이날 부산 낮 최고 온도는 33도.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래 틀어 놓았던 에어컨 바람이 단번에 땀을 식혔다.
길어진 무더위는 에어컨 풀가동 시간을 늘렸다. 카페 점주 이 모(38) 씨는 “에어컨 바람을 쐬려고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아침 10시부터 문 닫는 7시까지 내내 에어컨을 가동한다. 보통 5월 말쯤 한낮에만 틀기 시작해 8월 말이면 줄이는데 올해는 9월까지 오픈 시간 내내 틀어놓을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길어진 열대야에 에어컨 등 냉방기기 전력 총수요는 역대 최고치 경신을 거듭한다. 부산과 양산, 울산, 김해 지역의 지난 21일 전력수요는 9346MW를 치
솟아 지난해 최곳값인 8812MW를 훌쩍 넘어섰다.
소상공인들은 더위보다 전기세 부담이 더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이 씨는 이번 달 전기세로만 80여만 원을 냈다. 이 씨는 “다음 달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면 이 전기세를 다음 달에도 내야 할 판인데 더운 것보다 전기세 폭탄이 더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변압기로 인한 정전 사고도 빈번해졌다. 지난 8일 노후 변압기 고장으로 연제구의 한 아파트 298가구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24시간 냉방 생활이 길어지며 냉방병 피해도 문제로 떠오른다. 카페에 앉아 있던 시민 김정훈(51) 씨는 “집에서도 밤새 에어컨을 틀어놓고 밖에서도 에어컨을 틀어놓은 실내에서만 지내다 보니 때아닌 여름감기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약국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6월 말부터 시작된 판콜·팜플루 등 기침감기약 판매량의 상승세는 8월 첫째 주에 이르러 판매액이 전주 대비 9.4% 늘어나는 등 폭증했다.
처음 맞이하는 긴 열대야에 지자체 폭염대책은 비상이 걸렸다. 지자체들은 통상 8월에 수그러지는 폭염에 맞춰 대책을 세웠지만 처서가 지나도록 가시지 않는 더위에 황급히 폭염대책을 연장하기에 나섰다. 이날 기장군청에 따르면 군은 최근 살수차 계약을 기존 20~25일에서 37일로 연장했다. 살수차 6대는 하루 216t의 물을 기장군 간선도로와 신도시 곳곳에 뿌리며 열을 식히는 작업을 하는데, 매년 7월 말 20~25일 계약을 맺어왔다. 올해처럼 계약 일수를 연장해 재계약하는 일은 처음이다.
기장군청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폭염특보가 내리면 살수차가 가동하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폭염특보가 길어져 불가피하게 계약을 연기하게 됐다. 9월에도 폭염특보가 계속되면 추가로 계약일수를 늘려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대책이 길어지면서 지자체가 배정해 놓은 폭염 대책 예산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기장군의 경우 직접적인 폭염 대응 예산으로 약 5억 원을 배정했는데, 지난해보다 그늘막을 28개소 늘리고 살수차 계약 기간을 연장하면서 비용이 추가됐다. 기장군청은 9월에 살수차 계약 일수를 추가로 연장할 경우 재난관리기금을 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