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모노세키 20년째 ‘조선통신사 교류’… ‘자매도시’ 우정 빛나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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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260년 만의 본토 기항
조선통신사선 입항 금상첨화
“한·일 문화교류 방향타 역할”
내년 도전 오사카 항로 관심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4시 일본 시모노세키시 자매도시 광장.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서 모인 약 200명의 관계자는 식전 공연과 테이프 커팅 등 20여 분간의 세리머니를 갖고 출발했다.

올해는 2004년 시모노세키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처음 시작한 이래 20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각별했다. 올해는 또 조선통신사선이 1764년 11차 사행 이후 260년 만에 일본 본토 첫 기항지인 시모노세키에 입항할 수 있어서 관심이 컸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조선통신사 행렬은 여러 번 봤지만 이번에는 배가 온다고 해서 더더욱 와 보고 싶었다”면서 “어떻게 이런 배로 일본까지 올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정사를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가 조선통신사선에서 내려오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정사를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가 조선통신사선에서 내려오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행렬 출발식에는 주최 측인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 기타지마 요헤이 시모노세키 부시장, 정사 역을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 쓰시마 번주 역의 카가와 마사노리 시모노세키의회 의장, 아메노모리 호슈 역의 시모노세키 상공회의소 모리 코지 부회장 외에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김석기(외교통일위원장)·배현진(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성락(외교통일위원회) 국회의원, 임시흥 주히로시마총영사, 사에키 카즈야 시모노세키시문화진흥재단 이사장 등도 함께 축하했다.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 자매도시 광장을 출발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보러 온 현지 주민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 자매도시 광장을 출발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보러 온 현지 주민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도중 부산풍물패 사물놀이 팀이 공연을 펼치자 현지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도중 부산풍물패 사물놀이 팀이 공연을 펼치자 현지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행렬은 태극취타대를 선두로, 일본 무사, 악사, 무용단 등이 총 2구간으로 나눠서 자매도시 광장~시모노세키 시청 앞 약 1.2㎞ 구간과 해협멧세 앞~유메광장에 이르는 약 200m 구간을 걸었다. 연도에 나온 시민 호응이 남달리 좋은 구간이나 간이무대가 준비된 곳에서는 풍물패와 무용단을 중심으로 즉흥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2구간 전체는 평소와 다르게 도로 양옆으로 임시 포장마차가 조성되고 차량 통행까지 막은 터라 시모노세키의 대표 여름 축제인 ‘바칸 마쓰리’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과 어우러져 열띤 환호가 이어졌다.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부산 브니엘예술고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의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부산 브니엘예술고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의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부산 브니엘예술고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의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부산 브니엘예술고 한국무용 전공 학생들의 공연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브니엘예고 2학년 한국무용단을 인솔한 현임숙 교감은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 행렬과 문화교류 공연은 세 번째인데, 현지 반응도 뜨겁지만 참여 학생들의 자부심이 상당한 편이어서 초청해 준 시모노세키시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찾은 손수민 부산문화재단 사원은 “올해는 행렬 재현 일본 측 참가자 연령대가 많이 낮아져 고무적이었다. 조선통신사라는 존재 자체도 모르는 젊은 층의 참여가 더욱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마지막을 장식한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도시 간 친서 교환식 모습. 왼쪽이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 오른쪽은 정사 역을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이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마지막을 장식한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도시 간 친서 교환식 모습. 왼쪽이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 오른쪽은 정사 역을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이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마지막을 장식한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도시 간 친서 교환식 모습. 왼쪽이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 오른쪽은 정사 역을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이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마지막을 장식한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도시 간 친서 교환식 모습. 왼쪽이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 오른쪽은 정사 역을 맡은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이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행렬 마지막은 이날 행사의 클라이맥스인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도시 간 친서 교환식이 장식했다. 신재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는 친서에서 “이번 방문이 한·일 양국과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인 교류·협력과 우의 증진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시모노세키시에 전달했다. 이어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은 “일본 교통의 요충지인 시모노세키는 본토 최초의 조선통신사 상륙지로 조선통신사 일행이 에도로 향할 때 반드시 머물렀던 곳”이라면서 “앞으로도 부산과 시모노세키 두 도시 간 선린우호의 정신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자매도시로서 더욱 관계가 돈독해지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24일 오전 일본 시모노세키 하나노초 아루카 부두에서 한·일 양국 관계자와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60년 만에 일본 본토에 입항한 조선통신사선 축하 세리머니를 갖고 있다. 사진은 기타지마 요헤이 시모노세키 부시장이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전 일본 시모노세키 하나노초 아루카 부두에서 한·일 양국 관계자와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60년 만에 일본 본토에 입항한 조선통신사선 축하 세리머니를 갖고 있다. 사진은 기타지마 요헤이 시모노세키 부시장이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행렬 재현에 앞서 이날 오전 하나노초 아루카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 세리머니에는 한·일 양국 관계자와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31일 부산을 출항한 이 배는 출항 당일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히타카쓰)에 입항한 데 이어 이달 8일 이키, 16일 아이노시마를 거쳐 지난 21일 시모노세키에 도착해 아루카 부두에 정박해 있다가 이날 오전 공식 입항 세리머니를 가졌다.

부산을 출항한 지 20여 일 만이었지만,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있는 목포에서 출발한 걸로 치자면 딱 한 달째였다. 기타지마 요헤이 시모노세키 부시장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건네받은 조선통신사선 항해단 6명을 대표한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타고 260년 만에 우리 선조들이 지나갔던 뱃길을 따라 지금 이곳에 서니 감개무량하다”며 “현대식 엔진을 장착한 조선통신사선을 타고도 바람과 돌, 해류를 헤치며 나아온 뱃길이 쉽지 않았는데 과거 선조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삼 떠올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통신사선을 타고 온 국립해양유산연구소 6명의 항해단과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이 도열해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조선통신사선을 타고 온 국립해양유산연구소 6명의 항해단과 김성배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이 도열해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김성원 선장은 “지난해 쓰시마까지만 갔을 때보다 여정이 길어서 더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특히 이키에서 아이노시마를 들어갈 때 파도가 1.5m에 달하고 너울이 심해 비교적 가벼운 배는 너무나 크게 흔들렸으며, 시모노세키 간몬해협을 지날 때는 백중사리가 겹쳐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가는 곳마다 조선통신사에 대한 관심과 환대는 따뜻했다고 전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아이노시마에서는 하루에 600명 가까운 주민들이 배를 보러왔고, 이키에서는 전체 주민(약 2만 명)의 절반 가까운 1만 명이 통신사 행사에 참여했다. 특히 이키에서는 과거 조선통신사를 맞았던 집안의 15대손이 손수 편지까지 써서 직접 배를 찾아와 “선조들이 그러했듯 260년 만에 조선통신사를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해 감동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최 청장은 “약 4년에 걸쳐 원형으로 복원한 조선통신사선이 시모노세키에 260년 만에 다시 입항하기 위해 부산에서부터 왕복 약 500㎞를 항해해 왔다”며 “이번 조선통신사선 입항은 한·일 문화교류의 훌륭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일본 시모노세키 하나노초 아루카 부두에 정박 중인 조선통신사 선상박물관을 둘러보는 한·일 양국 관계자들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오전 일본 시모노세키 하나노초 아루카 부두에 정박 중인 조선통신사 선상박물관을 둘러보는 한·일 양국 관계자들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입항 세리머니 후에는 선상박물관 1회 차 공개 행사로 사전 신청한 70명을 대상으로 조선통신사선 해설과 선상 공연 등으로 문화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선상박물관 공개 행사는 25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회당 70명씩 280명을 초대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온 한 일본인은 “시모노세키에서 초등학교 다니는 5학년 아들이 학교에서 이번 행사를 소개하는 전단을 가져와서 보고 신청했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특히 좋은 교육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일본인 엄마는 자신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배웠다며 선상 공연단이 일본 노래 ‘후루사토’와 우리 노래 ‘아리랑’, 부산을 소재로 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메들리처럼 세 곡을 잇달아 부를 때 ‘아리랑’을 함께 따라 불러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23일 오후 시모노세키 소재 해협멧세 1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과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 사업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23일 오후 시모노세키 소재 해협멧세 1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과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 사업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전날인 지난 23일 오후에는 부산과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 사업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심포지엄이 해협멧세 10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도 ‘한·일 문화교류 상징 조선통신사선 재현과 문화자원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한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에 관심이 집중됐다. 다른 발표자 3명은 물론이고 청중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이 배는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여부부터 동력은 어찌 되는지, 항해 계절과 출항 시기가 좋을 때가 있는지, 심지어 내년 오사카 항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고 대답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마치다 가즈토 쓰시마박물관장이 시모노세키에 온 마지막 통신사였던 11차 사행 때 고구마 재배법을 조선에 전한 조엄이 정사를 맡아 480명 가까이 왔던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으며, 11차 사행이 에도시대 일본에 온 12번의 통신사 중 가장 긴 11개월에 달했다는 문헌 기록도 언급했다. 오사와 켄이치 오사카 역사박물관장은 “오사카와 부산을 왕복하면서 두 종류의 배가 있었다”고 서두를 뗀 후 조선통신사선(외양선)과 오사카에서 요도강을 이용해 교토·요도까지 왕복한 가와고자선을 언급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조정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본부장은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의 문화적 실천을 통한 ‘신 조선통신사’를 통한 한일 문화교류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23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 소재 해협멧세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조선통신사 한일 문화교류’ 국제 심포지엄에 앞서 조선통신사선 관련 한·일 교류에 기여한 기여한 이미연(오른쪽) 부산문화재단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23일 오후 일본 시모노세키 소재 해협멧세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조선통신사 한일 문화교류’ 국제 심포지엄에 앞서 조선통신사선 관련 한·일 교류에 기여한 기여한 이미연(오른쪽) 부산문화재단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선 최 청장이 조선통신사선 관련 한·일 교류에 기여한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와 일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마치다 카즈토 이사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시모노세키시와 20년간 교류를 이어 오면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이 지속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를 발신하고자 애썼던 양 도시의 시민과 관계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일본/시모노세키=김은영 기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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