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접고 이기대 아파트 개발… ‘심의 부실’ 여론에 포기
2년 전 케이블카 사업 무산 후
아이에스동서, 아파트 건설 추진
부지 매입 완료·행정 절차 순항
시민단체·정치권서 문제 제기
절경 이기대 보존 공감 목소리
아이에스동서(주)가 남구 용호동 이기대 턱밑에 건립을 추진한 아파트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이 자랑하는 천혜 환경 이기대 경관 훼손 우려를 낳아 온 아파트 건설 계획을 아이에스동서(주)가 전격 철회(부산일보 8월 27일 자 1면 보도)한 가운데 개발 추진부터 철회까지 일련의 과정에 관해 관심이 모인다. 1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추진된 이기대 고층 아파트 개발 사업을 되짚어 보면서 공공재 사유화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기대 입구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아이에스동서(주)는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용호동 973 일원 공동주택 사업 사업계획승인 신청 취하서’를 부산 남구청에 제출했다. 공식적으로 이기대 턱밑에 31층 등 3개 동 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취하에는 별도 절차가 필요 없어 취하서 제출만으로 아파트 건립은 곧바로 철회됐다.
아이에스동서가 이기대 입구 부지에 고층 아파트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이기대~동백섬을 잇는 해상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된 이후다. 앞서 아이에스동서는 자회사 (주)부산불루코스트를 통해 2021년 이기대와 동백섬을 잇는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다. 강한 추진 의사를 갖고 전방위로 뛰던 아이에스동서는 환경 훼손 논란과 낮은 사업성 등에 부딪히자 2022년 말 눈물을 머금고 결국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해상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된 이후 아이에스동서는 해당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로 방침을 세웠다. 용호동 973 일원은 애초 주차장 부지였으나 아파트 개발 부지로 변모했다. 천혜 환경 이기대와 바다를 끼고 있고 광안대교를 가장 광안대교답게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해당 부지의 아파트 개발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웃한 용호동 더블유(W) 개발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점도 아파트 개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12월 아이에스동서는 용호동 973 부지를 소유한 (주)엠엘씨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개발에 필요한 부지를 매입하거나 행정 절차를 밟을 대리인을 구한 셈이다. 이후 엠엘씨는 지난해 5월과 9월에 걸쳐, 용호동 973 일대에 수백억 원대 규모 부지 매입에도 착수했다.
부지 매입이 마무리되자 아이에스동서는 아파트 개발 절차에도 들어갔다. 행정 절차는 별다른 제지 없이 진행됐다. 남구청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남구청에 용호동 973 일원 공동주택 사업에 대해 심의를 신청한 시기는 지난해 10월 30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열린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에서는 조건부 허가도 받아냈다. 뒤이어 지난 5월, 건축 인허가 절차 마무리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해당 지자체인 남구청에 냈다.
지역 사회에 이런 사정이 점차 알려지면서 이기대 보존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고 인근에 진행 중인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 이기대 문화예술공원 사업 등 공공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행정기관 심의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 등이 〈부산일보〉를 통해 시민에 알려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청, 남구청 앞으로 몰려가 이기대 개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비례) 의원은 시정 질문 등을 통해서 고층 아파트 허가를 내준 행정 절차의 미흡한 점을 짚었다.
지역 사회 반대 여론에 부담감이 커진 아이에스동서는 결국 “시민 반응과 언론의 지적 내용, 지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업을 철회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