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셋값 꿈틀… 4000세대 신축조차 ‘하향’ 없었다
이달 입주하는 온천동 래미안포레스티지
4043세대 대단지임에도 전셋값 안 내려
임대차법 만기 도래에 내년 공급은 절벽
전세 실수요자 어려움 겪을 가능성 높아
지난달부터 부산지역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실수요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부터 하락 일변도였던 부산의 전세시장이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전환하며 꿈틀대고 있다. 40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신축 아파트 입주에도 전셋값 상승세는 유지되는 형국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에다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안전 장치마저 풀려 전셋값이 계속 오른다면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부산의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올 초부터 부산 지역 전세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다가 6~7월부터 보합세로 돌아서더니 8월에는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0.17%)이나 경기(0.12%)만큼 급등세는 아니지만, 부산은 8월 첫째 주(0.03%)에 반환점을 돈 이후 0.02~0.03%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부산의 전셋값은 전년 대비 10.2%나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수영구(0.16%)는 광안·민락동 위주로, 부산진구(0.09%)는 범천·양정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이사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난다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달 부산에는 5939세대의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지난해 11월(5559세대) 이후 가장 입주 물량이 많다.
4043세대의 동래구 온천동 래미안포레스티지가 이달 입주를 시작할 대표적인 단지다.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한다면 적정 가격에서 전셋값이 형성되겠지만, 현재 부산의 전세시장 분위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온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본래 잔금 시기가 가까워지면 마음이 급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세 물건을 하나둘 내놓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대규모 신축 단지인데도 전세 가격 방어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7월 임대차보호법 시행 4년 차가 순차적으로 도래해 전셋값을 들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 법은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에 2년을 더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전셋값 인상 폭을 5%로 제한한다. 4년간의 전세 계약이 종료되면, 집주인들이 그간 받지 못했던 전셋값 상승분을 한꺼번에 소급해 요구할 수 있다.
수영구 광안동에 거주했던 최 모(40) 씨는 “4년 전 3억 원에 계약한 전셋집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면서 임대인이 8000만 원을 더 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했다”며 “전셋값과 함께 대출 금리도 상승해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부산 지역 입주 물량이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공급 절벽이 생겨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입주 예정인 부산의 신축 아파트 물량은 9110세대로 올해 1만 5144세대에 비해 39.8% 줄어든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소위 ‘해수남동’으로 불리는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남구 등에서는 내년에 예정된 입주 물량이 한 건도 없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 부산 지역 전셋값 상승이 확연히 체감될 것이고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내년부터는 상승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미분양이 쌓이고는 있지만 분양시장과 전세시장은 따로 봐야한다. 치솟은 분양가와 기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접점을 찾아갈 때까지 분양시장은 계속 고전하겠지만 전세시장은 상승 일변도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셋값 상승 양상이 수도권처럼 급속도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울의 경우 전셋값 오름세가 67주 연속 이어지고 있고, 전셋값 상승과 공급 물량 부족이 맞물려 매매가를 들어올리는 형국이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매매를 할 여력이 부족한 이들은 오피스텔이나 연립 주택의 월세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학군 등 다양한 이유로 선호도가 높은 부산의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