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조 물류투자에 섬·산골도 '쿠세권'..신규 일자리 1만 개 기대
최근 정부가 지방 일자리 확대에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지방도시에 3조 원을 투자해 로켓배송 인프라를 늘리고, 1만 명 가량을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발표에 주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와 댓글란에 “쿠팡의 직고용과 물류 투자 확대로 쿠세권이 늘어난다” 혹은 “지방 투자하는 기업이 최고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3일 물류업계에서는 쿠팡이 ‘식품 사막’ 볼모지에 로켓배송을 확대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한편, 지역의 20대 청년을 비롯한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일석이조’ 투자라는 평가다.
■전국 지방도시에 9개 물류 인프라 구축…택배 불모지도 '쿠세권'
쿠팡은 2026년까지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키로 한 계획에 따라 내년 초까지 전국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FC)를 비롯한 물류시설을 건립, 운영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이번 계획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1만 명 이상이 직고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로 부산,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남대전, 광주 등에 물류 인프라가 추가 확충되면서 주변 지역으로 쿠세권이 확대될 계획이다.
이는 쿠팡이 지난 3월 ‘2026년까지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5000만 인구에게 익일 무료배송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한 이후 10년간 누적 6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7만 명 가량을 고용중이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추가 1만 명을 더 뽑겠다는 것이다. 부산·광주·울산 등 지방에 청년 고용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물류 인프라는 쿠팡 로켓배송이 촘촘하게 확대되는 윤활유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현재 쿠팡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 로켓배송을 시행 중이다. 내년부터 쿠세권이 점차 확대되면서 2027년부터는 약 230여개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3년 뒤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 지역 60여곳 이상으로 무료 로켓배송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는 강원 삼척과 전북 김제, 전남 영암 등 16곳에서 쿠세권을 운영 중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투자를 마무리하는 2027년부터 택배 불모지인 섬을 포함한 지역 불모지에 로켓배송이 확대될 것”이라며 “덩달아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이 돌고 고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현재 쿠팡은 제주도와 추자도, 우도, 가덕도 등 여러 섬 지역에도 로켓배송을 시행하고 있다. 섬 지역은 물론 전라도, 경상도 내륙지방의 산골지역도 무료배송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쿠세권, 지방 거주환경 판단 기준으로..”백화점·마트 빈자리 채운다”
지방으로 넓히는 쿠팡의 쿠세권 투자는 지역 곳곳에서 제 몫을 한다는 평가다. 인구가 크게 감소한 폐광촌인 강원 삼척 도계읍은 지역민들이 대형마트가 없어 30분 이상 차를 타고 장보기를 나가야 했지만, 지난해 중순 로켓배송 진출 이후 한달 5000건 이상 주문이 몰리며 지역 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 젊은 2030세대 부부들이 많지만 오프라인 장보기 인프라가 부족했던 경남 사송 신도시 역시 지난해 6월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매일 1000~1500건의 주문이 몰리며 로켓배송으로 거주의 질이 크게 올랐다.
지역 곳곳의 맘카페에서는 쿠세권을 기준으로 거주의 질을 따진 지 오래다. 전남 여수의 한 50대 주부 김모씨는 “여수에 백화점이 없는 상황에서 쿠팡 로켓배송으로 원하는 화장품을 제때 사고 있다”며 “차로 1~2시간 가야 할 거리를 낭비하지 않고 삶의 질이 올랐다”고 말했다.
쿠세권 확대로 지방 직고용 인력도 늘어난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는 청년층의 비중이 약 30% 수준이다. 10명 중 한명이 2030대라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쿠팡의 전체 직원 가운데 청년 (19~34세) 고용 인원은 2만 명을 넘었다. 쿠팡 내 물류·배송직군 근로자의 약 48%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각 지역의 여성 고용 증가 효과도 기대된다. 또 국가 현안인 저출산과 수도권 청년 쏠림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서비스 범위 확대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며 “나아가 국가 현안인 수도권 청년 편중과 저출산 문제 해소에 나서면서 유통업계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