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 ‘신생’ 100호! 첫 신인상 뽑고 새출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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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생태주의로 방향
장소성 천착·확장할 필요도
제1회 신인상에 임유정 씨


<신생>이 100호인 2024년 가을호를 냈다. <신생>이 100호인 2024년 가을호를 냈다.

계간 시 전문지 <신생>이 마침내 100호인 2024년 가을호를 냈다. 1999년 가을호로 세상에 처음 선보인 지 25년 만이다. 지역에서 창간된 생태주의 전문 시 잡지가 25년 세월 동안 결호 없이 100호를 발행했다는 사실은 문학사에서 일대 사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25일에는 100호 발행을 앞두고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 5월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신생 제공 지난 5월 25일 부산 중구 남포문고에서 ‘신생의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신생 제공

1999년 가을 창간호에는 ‘우리가 내세우는 신생의 이념은 지금의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관계의 세계를 유기적이고 생태학적인 관계의 세계로 전환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면 창간 당시 생태주의라는 방향 설정이 얼마나 현명하고도 절묘했는지 실감이 된다. <신생>은 이처럼 생태계 보존과 생명의 소중함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주의 사상에 거점을 두고 운동적 차원에서 문학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한편으로는 중앙집중적인 문화 예속에 대해 문화 생태지역주의 차원에서 부산 지역 문학 활동의 자주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었다. <신생>은 여태껏 부산의 지역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고 청탁 시 부산 지역 시인들을 30% 정도 배정하고, 부산 지역성과 관련된 특집을 기획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제1회 신생 신인상 수상자 임유정 씨. 제1회 신생 신인상 수상자 임유정 씨.

<신생>은 100호 기념으로 신생 신인상을 제정해 한국 시단의 유장한 흐름에 기여키로 했다. 제1회 신생 신인상에는 경향 각지에서 1000여 편이 응모한 결과 ‘생의 위안’ 등 4편을 출품한 임유정(25) 씨가 선정됐다. 고재종 시인·김수우 시인·정효구 문학평론가 등 심사위원들은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그것을 감각적 이미지로 바꾸어낼 수 있는 능력이 돋보여 곧장 매혹당할 수밖에 없게 하는 힘을 가졌다. 임 씨의 장래는 미덥다”라고 평가했다.

200호를 향한 주문도 이어졌다. 부산작가회의 김요아킴 회장은 “지역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지역 매체로서는 의미가 없다. 장소성에 천착하면서 창작자로서 삶의 기반이 되는 토양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강우 시인은 “신생의 강점은 뚜렷한 방향성이다. 생태라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유지해 간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다”라면서도 “생태계를 보는 눈을 넓혀 디지털 생태주의로 확장된다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훈 문학평론가도 “생명과 생태라는 좁은 의미로만 국한하지 않고 아주 크게 통 크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동조했다.


100호 기념 시선집 <생명의 입술에 입술을 맞대면>표지. 100호 기념 시선집 <생명의 입술에 입술을 맞대면>표지.

한편 <신생>은 100호 기념 시선집 <생명의 입술에 입술을 맞대면>도 냈다. 편집위원들이 지난 25년간 잡지에 실린 신작시들 가운데 100편을 선정하여 실은 것이다. 원로부터 신진까지 한국 시단의 다양하고 의미 깊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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