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연료 소극적인 한국… 인식 바꾸면 정유사도 '상생'
국내 도입 가능성은
정유사·전기차 업체 실적 우려
재생에너지 혼유 디젤만 적용
"에탄올·석유 상호 보완" 주장도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카사바 등이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과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을 비롯한 세계 60개 국에서 대기환경 개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는 의무혼합제도(RFS)를 경유와 혼합할 수 있는 ‘바이오 디젤’에만 적용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 에탄올을 항공연료와 산업용으로 수입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자동차 연료로는 쓰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정유사의 실적감소, 전기차·배터리 제조사의 실적 저하 우려로 에탄올의 자동차 연료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번 미국 출장에서 만난 바이오 에탄올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의 에탄올 확대 필요성과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일리노이대(UIC) 내 에너지자원센터(ERC)에서 만난 스테판 뮐러 교수는 “2019년에 에탄올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울, 베이징, 도쿄, 멕시코시티, 뉴델리 등 세계 5개 도시를 연구한 결과에서 에탄올의 자동차 연료 사용이 THC(총탄화수소), VOC(휘발성유기화합물)와 같은 오존형성 탄화수소의 배출감소에 영향을 미쳤고, 암의 현저한 감소, 심장질환과 관련되는 일산화탄소 배출감소라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탄올 사용이 국민건강 개선과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라이언 르그랑 미국곡물협회 최고경영자(CEO)는 5일 워싱턴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활동 증가 등을 감안한다면 옥수수를 수입해 직접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같은 협회 캐리 시퍼러스 부사장 역시 “한국은 미국에서 (에탄올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주정박 건조물(DDGS)을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고 있어 (직접 에탄올을 생산하는 게)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탄올 도입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와 정유사들의 반대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 이의성 박사는 “한국 정유사들은 바이오 연료를 10% 넣으면 10% 매출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서 “그게 아니라 10%를 집어넣음으로써 마켓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걸 막아서 석유 자체가 없어지면 그게 더 큰 문제인데 잘못 판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정유사들의 인식 전환을 기대했다. 시카고·워싱턴=배동진 기자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