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 부산 이전 답보 책임 서울시장에 전가한 김민석
“서울시장 등 여권이 먼저 입장 정리해야”
줄곧 이전 반대 자기 책임 잊은 적반하장
“(산은 부산 이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윤석열·한동훈·오세훈이 먼저 정리하고 와야 한다.”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22일 한 말이다. 같은 장소에서 25일 열린 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에서는 또 “(국민의힘은) 서울시장의 산은 부산 이전 반대엔 침묵하고, 노조는 설득도 못 하면서 남 탓만 한다”며 이전 답보의 책임을 거듭 여권에 떠넘겼다. 이쯤 되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기회 있을 때마다 부산 이전에 극력 반대했던 자기의 언행을 부산에 와선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은 이미 20대 대선 이전인 2022년 1월 본점을 부산에 두도록 하는 산은법 개정안이 발의될 정도로 지역의 최대 숙원이다. 15·16대 이후 21·22대에 거푸 국회에 입성한 김 최고위원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더구나 2010년엔 부산시장에 도전하기까지 했다. 그런 김 위원이건만 작년 3월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되고선 “산은 이전은 법을 위반한 정치적 선거 행위”라고 어깃장을 놨고, 그 전년도엔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전 철회를 주장했다. 이 밖에도 산은 이전은 서울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등 갖가지 구실을 붙여 무시로 반대 입장을 주창해 왔다. 부산시민들이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바다.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까지 마쳤던 산은법 개정은 이로 인해 끝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2대에서도 여전히 전망은 밝지 못하다. 법안 통과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산은 부산 이전은 계속 답보 상태를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산에 다시 선거판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은 들끓고 있는 부산 민심에 부응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은 책임을 여당에 미루기에만 급급하다. 산은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보궐선거에서 예전의 노골적인 반대 책임을 여권을 질타하는 수법으로 모면하려는 듯 보인다. 눈에 뻔히 보이는 얄팍한 술수가 아닐 수 없다.
김 최고위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이참에 부산시민에게 확실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입법에 관한 한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서울시장을 탓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산은 이전을 반대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부터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이 만족스러운 것은 전혀 아니었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합심해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산은 이전 답보의 가장 큰 책임이 김 위원을 비롯한 민주당에게 있는 것만은 바뀌지 않는다. 이 점을 애써 무시하려 든다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부산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불문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