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값 25%가 배달 플랫폼 몫”… 자영업자 이중고 호소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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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명 부산시청 앞 집회
배민배달 수수료 인상에 항의
배민 측 “경쟁사와 동일 수준”
시민단체 “정부 대책 마련해야”

자영업자 100여 명은 25일 오후 3시 부산시청 앞에서 ‘배달 플랫폼 갑질 규탄 집회’를 열었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제공 자영업자 100여 명은 25일 오후 3시 부산시청 앞에서 ‘배달 플랫폼 갑질 규탄 집회’를 열었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제공

“4년 장사하면서 가격 3번 올렸는데, 그중 2번이 배민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 닭발집을 운영하는 김준형(34) 씨는 최근 메뉴 가격을 올렸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인상하자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번째 인상은 배민 멤버십에 가입해 가입비를 낼 때 이뤄졌다. 김 씨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드는 게 당연한데 아무 이유 없이 가격을 올리고 싶은 자영업자는 없다”며 “수수료 인상엔 손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민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불황을 견디던 자영업자들의 삶이 휘청이고 있다. 음식 가격 약 4분의 1이 배달 플랫폼으로 향하는 구조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인상이 벼룩의 간을 빼먹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배민은 지난달 배민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9.8%로 기존보다 3%포인트(P) 인상했다고 25일 밝혔다. 배민배달로 2만 원짜리 치킨 주문이 들어오면 중개이용료 1960원, 업주 부담 배달비 2900원, 결제정산이용료 600원, 부가세 546원을 합쳐 총 6006원을 업주가 배민에 내게 됐다.

업주 부담이 커지며 불가피하게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곳도 생겨났다. 피자·치킨 가게를 13년째 운영 중인 김영무(38) 씨는 “배민배달 수수료가 인상된 지난달, 수수료 인상 전보다 170만 원 정도가 더 배민에 지출됐다”며 “10시간짜리 주말 알바 2명 월급에 가까운 비용이라 결국 알바생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민배달은 배민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관여하는 자체 배달 모델이라 자영업자들이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윤미정(38) 씨는 남편과 함께 7년째 분식집을 운영 중이다. 단가가 낮은 분식 특성상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 1만~1만 5000원 사이 음식 가격에서 배민에 비출되는 비용, 재료비, 인건비, 가게 유지비, 월세 등을 모두 제하면 순이익은 1000~2000원 정도다. 윤 씨는 “배민배달이 시장을 독점하기 전에는 남편이 조리를 하고 가까운 지역엔 직접 배달도 하면서 배달비라도 줄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배민배달이 대부분이라 배정된 라이더를 이용해야 해 배달비를 아끼기는커녕 업주의 자율권마저 다 잃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플랫폼을 활용한 중개업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외식 업계에서 일어난 독과점 문제가 사회 전체로 확대되지 않게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100여 명은 25일 부산시청 앞에서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배달 플랫폼이 자영업자의 이익을 빼앗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요금제 개편을 통해 변경된 배민배달 중개이용료율은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이라며 “당사는 그동안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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