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마약 중독’만큼 무서운 ‘음식 중독’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 크리스 반 툴레켄
‘가공식품’은 많이들 들어봤을 테지만 ‘초가공식품’이라는 단어는 낯선 이도 적지 않다. 초가공식품은 말 그대로 ‘초’가공된 식품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스낵이나 인스턴트 식품이 대표적인 예다. 흔히 말하는 가공식품(통조림, 빵 등)은 대체로 원재료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초가공식품(감자칩, 초콜릿바, 탄산음료 등)은 원재료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가공한다. 최대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유통 과정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소비자를 자극적인 맛에 길들이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공학의 결과물이다.
초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건, 그 대표적 음식 이름을 보기만 해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 구체적으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과자(스낵)를 먹는다.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의 저자는 초가공식품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자신의 몸을 ‘마루타’처럼 쓰기로 결심했다. 4주간 하루 칼로리의 80퍼센트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만 채우는 식생활 실험이었다. 실험이 끝난 뒤 저자의 몸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체중은 7㎏이 늘었고, 소화불량, 변비, 치열이 생겼으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잠을 깊게 못 잤다. 그중 저자가 알아차린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식욕 호르몬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해 식품에 경고 라벨을 붙일 것. 라벨 시스템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떤 식품을 피해야 하는지 식별할 수 있으며 이미 여러 중남미 국가에선 제법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정책이다. 둘째, 이해 충돌 끝내기. 영양 관련 전문가와 기관은 식품회사와 재정적 관계, 협력 관계, 공동 브랜딩 등을 절대 피해야 한다. 식품산업의 혐오스러운 진실을 드러낸 르포르타주이자 논란을 무릅쓴 용감한 고발서. 나처럼 군것질을 끊지 못해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들에게도 권할 만 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김성훈 옮김/544쪽/2만 38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