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일본에 듣는다①] “토큰증권 시장규모 2조 돌파…20배 급성장”
오사카디지털자산거래소 기미오 대표
2020년 5월 금융상품거래법 시행
담보자산 부동산·회사채
국내는 입법 지체에 발만 ‘동동’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대안 되나
※편집자 주-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그러나 실상은 입법이란 문턱을 못 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반면 ‘코인쇄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디지털 자산 시대를 발 빠르게 맞이하고 있다. 오는 28일과 29일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2024에서 연사로 나설 5명을 통해 일본의 디지털 자산 현황을 조망해 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은 웹(web)3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체불가토큰(NFT) 등 여러 종류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디지털자산거래소(ODX) 기미오 미카즈키 대표는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최초로 개장한 ODX는 토큰증권에 대한 디지털 자산 전문 대체거래소(ATS)다.
기미오 대표는 일본 정부가 빠르게 진화 중인 디지털 자산 시대에 발맞춰 대응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4월 ‘웹3 백서’를 승인하며 블록체인 산업을 이용한 내수경제 성장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시바 신임 총리 역시 블록체인과 NFT 기술을 통해 일본의 지방창생(지역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두 기술을 활용해 지역 상품의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일본의 토큰증권(ST) 시장은 지난 2020년 5월 개정 금융상품거래법 시행으로 금융기관의 참여가 허용됨에 따라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일본의 토큰증권 시장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에서 공모된 토큰증권 총자산액은 2021년 127억 엔(한화 약 1150억 원)에서 지난해 2349억 엔(약 2조 1285억 원)으로 20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기미오 대표는 “ODX는 현재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증권 5개 종목을 상장·거래하고 있다”며 “시가 총액으로는 약 150억 엔(약 136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취급 업종이 1건 늘어 시가 총액이 190억 엔(1720억 원)을 넘어설 예정”이라며 “현재는 부동산 관련 토큰증권만 취급하고 있지만,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도 다룰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토큰증권의 주된 담보자산으로 부동산과 회사채 등이 활용되고 있다. 호텔, 온천시설, 아웃렛 몰, 복합시설, 거주용 부동산 자산을 기초로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 투자자들의 수요에 따라 토큰화 상품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이후 여전히 발도 못 뗀 상황이다. 올해 새로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야가 민생 현안보다 정쟁에 집중하면서 신속한 처리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2~3분기를 목표로 토큰증권발행(STO)·유통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지난해부터 구축한 바 있다. 이들은 STO 사업에 많게는 60억 원 이상까지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정작 국회로 인해 STO 시장 개화가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미오 대표는 “토큰증권은 어느 나라에서나 법률 내에서 정의된 유가증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토큰증권이 발행되는 형태에 따라 주식이나 신탁수익권 등 어느 대상에 해당하는지 분류되고, 제도권 안에서 규제를 완화 또는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체된 국내 토큰증권 산업의 대안으로 연내 출범 예정인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를 주목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두 거래소 모두 항만 도시인 만큼, 취급할 수 있는 실물자산의 폭이 넓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의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두 거래소는 100% 민간 자본으로 이뤄졌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IT서비스 전문기업 아이티센을 비롯해 바른손, 오콘, 하나은행 등 11개 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ODX도 SBI그룹, 노무라 홀딩스, 야마토 증권그룹 등이 출자 기업으로 참여했다. 특히 양 거래소 모두 지자체가 신뢰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갖췄다.
기미오 대표는 “한국은 가상자산시장에서 이미 일본보다 활발한 거래 활동을 보이는 등 디지털 자산 산업에 막강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ODX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을 양국의 투자자가 서로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는 시장 간 제휴가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