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후배들이여 출가를 미루어 달라!
■스님들의 오해/허정
승가는 종법으로 사유재산을 금지하고 사후에 모든 재산을 종단에 기증한다는 유서를 쓰게 한다. 그러나 막상 출가해 보면 개인이 가사를 사야 한다. 승복과 발우도 마찬가지다. 아파서 병원을 갈 때도 병원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이다음부터가 더 기가 막힌다. 바른말을 하면 종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징계를 당한다. 승가에서 비구니(여성)는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중요한 소임을 선출할 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지지 않고, 수입이 좋은 대부분의 사찰은 비구(남성)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출가를 미루어 달란다. 만약 이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출가를 하게 되었다면 “아닌 건 아니다. 옳은 건 옳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추라고 권한다. 승가가 청정한 곳인 줄 알고 출가한다면 끝없이 번민의 밤을 보내게 될 것이 때문이다. 저자는 출가한지 34년째 되는 스님이다. 이처럼 <스님들의 오해>는 종단과 불교계의 폐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더불어 불교에서 통용되는 여러 경전의 오해와 그릇된 해석을 바로잡는다.
평소에 불교는 정치 현안에 대해 무심한데도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절로 몰려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는 ‘시비(是非)를 내려놓으라’는 말이 승려와 불자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며, 허황한 말에서 탈출하자고 주장한다.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참여는 필수다. 불교 경전에서 부처님이 왕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잡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작 종교인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이 결탁해서 서로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작은 목소리라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종단을 꾸짖는다면 그것이 더 나은 불교,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 믿으며 불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허정 지음/산지니/328쪽/2만 5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