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된 윤·한 회동, 원론만 재확인 도돌이표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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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관련 韓 3대 요구안 전달
특별감찰관 필요성 요청에 그쳐
결과 도출 위한 접점 못 찾은 듯
韓의 여야 대표 회담 즉각 수용에
대통령실, 불편한 기색도 내비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회동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당초 예정된 오후 4시 30분보다 20여 분 늦은 오후 4시 54분 시작됐다. 그리고 오후 6시 15분까지 1시간 21분간 진행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석시키고, 줄곧 ‘면담’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양 측은 회동 결과를 내는 데 있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이날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대표는 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의혹에 대한 설명 및 해소 등 3가지를 요청했다. 이미 한 대표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사안들이다.

한 대표는 또 특별감찰관 임명의 필요성과 여야 의정협의체의 조속한 출범도 아울러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개혁의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주장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그건 용산에서 밝혀야 할 것이다. 제가 대통령의 답변이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 대표는 이번 회동에 대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동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기로 했지만 대표 비서실장이 대신 설명하도록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를 만나 대통령실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 근처까지 10여 분간 산책을 함께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일부 참모들도 동행했다. 대통령실은 산책하는 동안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참석했던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된 고 이재현 경장을 비롯한 4명의 경찰 영웅 이야기를 한 대표와 나눴다고 전했다. 무게감 있는 정국 현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회동이 다소 늦어진 데 대해 한 대표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했고, 이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도 통화했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정진석 비서실장과 함께 실내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다.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한 대표와 정 비서실장이 나란히 앉아 윤 대통령과 마주했다. 차담에서 윤 대통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대표는 제로콜라를 각각 마셨고, 간단한 과일도 준비됐다. 제로콜라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배려해 직접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후 면담은 정 비서실장을 포함해 2+1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마주 보고 앉았고, 한 대표 옆으로 정 실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이 참모진 회의를 주재하는 모양새였다. 한 대표 옆에는 빨간색 파일이 놓여 있었다. 윤 대통령에게 건의할 내용이 담긴 자료집으로 추정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인 지난 7월 30일 정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로 약 1시간 30분간 비공개로 만난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전당대회 직후인 7월 24일과 9월 24일에도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이 있었지만, 단체 회동이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독대해 현안을 논의할 시간은 없었다.

한편, 이날 면담 직전까지도 대통령실은 한 대표에 대해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차 여야 대표 회담 제안을 한 대표가 즉각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한 참모는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두고 회담을 제의한 야당 대표도 문제지만, 이를 여당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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