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녹음 해소할 '거머리말' 대량 증식 길 열렸다
부산 아쿠아리움, 첫 개화에 성공
수질·흙 등 증식 조건 까다로워
죽도 앞바다서 채집해 2배 증식
"대량 증·이식으로 사막화 해소”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양보호 생물인 거머리말의 실내 자연 증식에 성공했다. 인공적인 방식으로 거머리말의 대량 증식이 가능해진 셈이다. 향후 극심한 국내 연안의 갯녹음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은 국내 최초로 실내에 구축한 증식 환경에서 거머리말이 개화했다고 23일 밝혔다. 잘피로도 불리는 거머리말은 국내 연안 수심 1~10m의 진흙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물고기들의 산란처가 된다. 현재 멸종위기종이자 대표적인 ‘블루카본’(해양 탄소 흡수원)이다. 1㎢의 거머리말 군락지는 연간 탄소 8만 3000t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 생태계의 탄소 흡수 속도보다 최대 50배 빠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실내에서 거머리말을 자연 증식시키는 시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워낙 증식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부산 아쿠아리움 해양생물전시팀 손남호 대리는 “거머리말은 이파리에 조류가 낀다거나 광합성을 충분히 안 해주면 녹아 버린다. 수조 아래 흙과도 맞지 않으면 죽기도 한다”면서 “2021년부터 3년간 이를 연구해 조금씩 성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 아쿠아리움은 기장군 죽도 앞바다에서 거머리말 30주를 채집한 뒤 실내에서 60주로 자연 증식시켰다. 조만간 60주를 다시 죽도 앞바다에 이식할 예정이다. 향후 더 큰 수조를 활용해 실내 증식과 바다 이식을 늘려갈 예정이다. 더불어 개화로 얻은 씨앗을 통해 종자 보전, 종자 파종 등 거머리말 숲 확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블루카본 확대는 전 세계 해양의 시대적 과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해양 쓰레기 등으로 바다에서는 갯녹음(사막화) 현상이 가속화한다. 자연 암반의 해조류를 비롯한 수산 자원들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이는 해양 생태계 교란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따르면 부산 연안 2만 462㎢ 중 37.2%(7614㎢)가 갯녹음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며, 계속해서 갯녹음 면적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전국 연안의 거머리말 분포 면적은 약 34.92㎢, 부산은 0.15㎢로 추정된다.
이에 전국 연안 곳곳에서는 ‘바닷속 탄소 저장고’로 불리는 잘피를 대상으로 대규모 이식, 서식지 복원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도 지난 4월 신세계와 ‘부산 연안 바다 생태숲 조성 실천’ 협약을 맺고 기장 앞바다에 잘피 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다. 잘피 군락지를 지키기 위해 제주 등에서는 해양보호 구역 확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실내 증식 기술이 확보됨에 따라 향후 거머리말 대량 증·이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부산 아쿠아리움 해양생물전시팀 이상현 주임은 "국내 최초로 빛과 수질 등 모든 환경이 제한되는 실내에서 거머리말이 개화해 기쁘다”면서 “멸종위기종인 거머리말의 실내 완전 증식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앞으로도 거머리말 연구·보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