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 해결, 민간 거래 활성화·당국 측 철거 등 ‘투 트랙’ 필요” [부산 '빈집 SOS']
일본 빈집 관리센터 이토 부대표
단카이 세대 사망 후 문제점 토로
“빈집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매매와 철거 등 방향성을 제시하고 상담해 주는 게 우리 센터 주요 업무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빈집·공지 관리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토 마사카즈(56) 부대표. 빈집 관리센터는 2013년 설립된 비영리단체(NPO)로 상담 센터 개설, 세미나 등을 열어 일본 사회에 빈집 문제를 알리고 있다. 일본 내에서 빈집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비영리 단체까지 생긴 셈이다.
이토 부대표는 일본에도 빈집을 어떻게 할지 몰라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일본 부동산의 86%가량을 소유하고 있어 단카이 세대가 세상을 떠나고서 빈집이 발생, 자녀 세대는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카이 세대 주니어 대다수는 부모가 살던 빈집이 있는 기초 지자체에서 ‘당신 부모의 집이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연락이 오면 그때야 빈집 문제를 고민합니다.”
실제 센터에 빈집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 연령대도 ‘단카이 세대 주니어’인 50~60대가 대다수라는 게 이토 부대표 설명이다. 올해 그런 유형의 상담 접수만 3000건에 이른다.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 부재뿐 아니라 세금 문제도 빈집 수를 늘리는 원인이다. 이토 부대표는 ‘빈집을 철거하면 토지세가 늘어나는 이유로 빈집 철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집을 철거하면 토지에 부과하는 세금이 6배가량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집을 물려받은 자녀들은 상태가 좋지 않아도 빈집으로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토 부대표는 붕괴 등을 막기 위해 빈집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개인 간의 빈집 매매를 얼마나 끌어낼지가 빈집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빈집 은행도 빈집 매매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이 빈집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빈집 은행도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면 빈집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동시에 활용 가능성이 떨어지는 빈집에 대해서는 행정 당국이 적극적으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일본도 한국처럼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마을 자체를 축소하자는 인식을 공유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