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만의 여당 '총선 백서'..."불안정 당정관계가 요인"
여당 총선백서, 총선 참패 뒤늦게 공개
당정관계·대응 미흡·시스템 공천 실패 등 패인
당 정체성 확립 등 6대 개혁 과제 제시
지난 4·10 총선이 끝난 지 200여 일 만에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백서는 총선 참패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와 야당의 정권심판론 대응 전략 부재, 미흡한 시스템 공천을 지목했다. 이 중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등 잇따른 당정발 이슈가 주요 패인으로 꼽혔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총선 백서를 보고하고 활동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지난 4월 10일 총선 이후 200여 일 만이다. 총선 백서에는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이 붙었다. 우선 백서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당정 관계를 꼽았다. 백서는 “이번 총선은 집권 2년 차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정치적 공동운명체인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대파 논란,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호주 대사 임명 논란 등 지속한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당이 해당 이슈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정부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당정 간 건강한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도 짚었다.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서는 “당이 일찍부터 인재 영입을 준비하지 못해 후보군에 한계가 있었고, 사실상 총선 직전에 만든 기준은 많은 사람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도 “사천 논란으로 막판 내홍을 야기했고, 특히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백서는 당의 철학과 비전 부재, 여의도연구원의 역할 부족, 홍보 콘텐츠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부수적인 패인으로 꼽았다. 백서는 전략 부재와 관련해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세에도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었다”며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읍소 전략으로 변하며 일관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 기회를 제목으로 한 백서는 당의 6대 개혁 과제도 제시했다.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기반 공고화 △미래지향형·소통형 조직 구조로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개발 및 홍보 역량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및 투명성 강화 △취약지역, 청년·당직자 배려 기준 구체화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구축과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