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잡으려다 지역 실수요자 잡는 정부 정책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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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 대출 관리로 은행 문턱 높아져
지역은행도 금리 인상 대열 줄줄이 가세
집값 양극화로 부산·대구 등 하락세 뚜렷
대출제도 이원화 등 규제 차등 요구 거세

금융 당국이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정종회 기자 jjh@ 금융 당국이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정종회 기자 jjh@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인 반면 지방은 가격 하락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이 커지자, 시장에서는 ‘대출제도 이원화’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지난 21일 기준) 지방 아파트 값은 0.02% 하락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값은 0.05% 상승한 걸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더욱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9% 오르며 3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과 대구는 각각 0.05% 하락했다.

부산의 경우 부동산 통계 기준으로 2022년 6월 20일 이후 123주 연속 아파트 값이 하락했다. 대구 역시 아파트 값 하락세가 49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 은행까지 정부의 대출 제한 기조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역 부동산 실수요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방 은행까지 대출 옥죄기가 확산되면서 ‘지역 실수요자’를 외면한 대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BNK경남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P) 인상했다. 부산은행도 지난달 14일 비대면 신청 우대금리 항목을 한시적으로 폐지해 주담대 금리를 0.2%P 올렸다. iM뱅크는 세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다. 전북은행도 지난 16일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0.16%P 올리며 인상 행진에 동참했다.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도 등장했다. 경남은행, iM뱅크는 수도권 주담대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지방 부동산 실수요자를 감안한 취지지만, 실상은 수도권 차주가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지방 은행을 찾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원인이다. 실제 부산은행이 지난달 초 진행한 1조 원 규모의 주담대 특판은 금리를 2% 후반대까지 낮추면서 2주 만에 한도가 소진됐다.

지방은 거래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 대출 의존도가 높고 금리에 민감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대출 규제 강화로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이후인 지난 9월 기준 부산의 아파트 거래 매매량은 1871건으로 8월(2550건)보다 26.6%나 급감했다.

최근 부산 남구 대연혁신지구에 주택 구입을 고민하다 포기한 김 모(37) 씨는 “집값은 몇 년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데 대출 규제도 생기고 금리도 내리지 않아 내 집 마련은 점점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대출 규제를 구분해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수도권을 잡기 위한 정책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지방이 유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을 규제 하나로 묶으면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지방 소멸 위기 등의 상황을 감안해 이원화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수도권 중심의 대출 억제 정책에 대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로 대출제도를 제약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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