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주체도 제각각, 개발계획도 따로따로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
5 - 동천 일대
문현금융단지 어정쩡한 친수공간
남구·부산진구·동구로 관할 나눠
제각각 공사 탓 들쑥날쑥 보행로
상권 활성화·정주 여건 개선 위해
시민 주도 디자인 혁신·협업 필수
부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금융’이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를 중심으로 지역 이전 금융 공공기관이 들어선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정부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금융기회발전특구,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등으로 부산 금융도시 만들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부산의 발전은 문현금융단지와 그 일대의 상전벽해를 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도시 부산’의 중심지, 랜드마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문현금융단지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 여느 랜드마크처럼 친수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친수공간이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동천 탓이다.
■혼재된 관리 주체, 어지러운 동천
28일 오전 11시. 부산 지역 디자인 전문가들과 문현금융단지 앞 동천을 찾았다. 동천을 끼고 양쪽으로 자리한 나무 덱이 수변 산책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덱 옆과 바로 붙어 쌩쌩 달리는 차, 가로등과 전신주가 뒤엉켜 뚝뚝 끊어진 덱 길 탓에 50m 이상을 걷기가 쉽지 않았다. 동행한 전문가들은 동천의 관리 주체의 다양성을 이 같이 걷기 힘든 동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몇 년간 동천 동측은 남구, 동천 북서측은 부산진구, 동천 남서측은 동구가 맡아 일대 보행로 공사를 진행했다. 동천의 수질은 하천 관리 주체인 부산시가 관리한다. 각 지자체가 당시 기준에 맞는 덱, 인도 폭을 설정했고 이에 따라 어떤 곳은 넓고 어떤 곳은 좁은 ‘덕지덕지’ 덱 길이 만들어졌다. 실제 이날 전문가들과 취재진이 목격한 동천 우측은 인도 폭이 20m가량 됐지만, 좌측 상류 부분은 인도 폭이 3m 남짓으로 사람 2명의 통행이 불가능했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강필현 원장은 “관리 주체가 다양해 예산을 투입해 디자인을 하고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 사례다”며 “동천을 매개로 부산시 주도의 공공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와 정주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부산시 주도의 동천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동천 주변부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인구가 줄었고 BIFC 등 금융단지가 조성된 뒤 10년이 됐지만 후속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상권 매출액은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정주 환경 개선과 비즈니스 공간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천 일대가 잡기 위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수직 호안을 활용, 테라스를 설치해 인근 상권과 정주 환경을 모두 살린 일본 도톤보리가 벤치마킹 가능 사례로 꼽힌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김유준 과장은 “정주 환경 개선과 함께 혁신적 공공디자인으로 유동 인구 증가, 상권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동천을 중심으로 지역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며 “동천 일대를 지역 주민과 금융 업무로 부산을 찾는 방문객에게 볼거리, 먹거리,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다른 지역과 달리 동천 일대는 미래 개발 계획이 산적해 있다. 시는 서면 도심에 위치한 국방부 소유 유휴 부지를 매입해 보행로, 친수공간을 만드는 광무 워터프론트 파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고질적인 문제인 동천 수질 개선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낙동강·부전천·동천 통합하천사업도 진행한다. 북항재개발 1단계 지역과 문현금융단지를 잇는 C-Bay파크선도 착공을 준비 중이다.
강 원장은 “각종 개발, 개선 사업을 기회로 삼아 전체적인 디자인 마스터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며 “시민 참여를 통한 개발 계획을 만들고 시민 주도의 동천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의 핵심 사업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