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건화물선↑… 내년 해상 운임 '혼조'
2024 마리타임 콘퍼런스 개최
올해 ‘컨’ 선복량 3065만TEU
수출 의존도 높아 미 대선 변수
탈중국 흐름 속 남아시아 부상
“올해는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중동 사태로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운임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다만 내년부터는 새 컨테이너 선박이 대거 투입되면서 운임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건화물선은 30년 만의 최저 발주량과 환경 규제 등으로 내년까지 추가 운임 상승이 예상되고, 유조선도 선박 공급이 적어지며 수익이 견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 사태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컨테이너선 운임이 고공행진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공급 과잉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또한 미국 대선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29일 오전 롯데호텔 부산에서 ‘2024 KOBC 마리타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해당 콘퍼런스는 국내외 해운·항만·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 동향을 공유하고 해운 시황을 전망하는 자리다. 이날 마리타임 콘퍼런스와 함께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부산해양금융컨벤션’, 마린머니의 ‘한국선박금융포럼’도 함께 개막했다. 개막식에는 450여 명이 참석했다.
먼저 세계적인 금융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의 알프레드 창 북아시아 대표가 ‘블룸버그와 해운산업’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등으로 국제 선사들의 항로는 길어졌지만 물류 거래량은 오히려 1년 전보다 7.4% 늘며 고운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 내년에 신규 선박이 상당량 투입되며 운임이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 세션을 맡은 블룸버그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대중국 관세 재개 등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박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컨테이너선 시장은 내년 ‘공급 초과’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사상 최대인 306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에 달한다. AXS마린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얀 티데만은 “선박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스크래핑(해체)과 대규모 신조 선박 투입으로 시장이 다시 공급 초과 상태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친환경 연료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도 향후 운임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향후 글로벌 항만 시장은 남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해운·항만 컨설팅 기업인 ‘드류리’의 한 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와 스리랑카 콜롬보항이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2028년까지 남아시아 지역 항만 용량이 34%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탈중국화 흐름 속에서 베트남, 멕시코, 폴란드 등이 새로운 공급망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은 "해운·항만 산업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더불어 본격화될 환경 규제와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번 콘퍼런스가 글로벌 항만 동향과 전망을 공유하는 유익한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