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규모 밸류업 펀드, 증시 상승 ‘불쏘시개’ 기대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 5곳 참여
올해 중 민간자금 유치·투자 진행
정책 활성화 현장 반응 ‘반신반의’
밸류업 참여 저조·선정 논란 여전
저평가 시장 인식 개선 여부 촉각
정부가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에서 내놓은 밸류업 정책 활성화를 위해 증권 유관기관 5곳이 밸류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한다. 밸류업 정책에 참여하는 기업 투자를 통해 기업 밸류업을 독려하고 증시 상승을 이끈다는 취지다.
31일 한국거래소·한국증권금융·한국예탁결제원·한국금융투자협회·코스콤 5개 기관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펀드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달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을 출시하는 12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했다. 기업 밸류업 펀드는 유관기관에서 1000억 원을 출자하고 이를 민간 자금과 매칭해 2000억 원 이상의 규모로 조성된다. 펀드는 올해 중 민간자금 유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말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100개와 해당 종목들을 선정한 기준을 처음 공개했다. 지수에는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요건을 충족한 이른바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들이 포함됐다. 다만 이번 펀드는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지만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들도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을 추종하는 ETF 12개 종목과 ETN 1개 종목을 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ETF 12개 종목은 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9개 종목과 운용사가 직접 종목을 선택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액티브 3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ETN은 1개 종목이다. 이들 상품의 상장 규모는 5110억 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활성화 카드로 나온 펀드, ETF가 밸류업에 대한 시장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 5월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정책의 핵심인 기업 밸류업 공시가 31일 기준 전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중 33곳에 그치고 있다. 시총 상위 기업의 참여가 부족해 시장의 반응이 냉랭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난달 발표한 밸류업 지수 역시 편입 100개 기업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밸류업 공시에 영세 코스닥 기업, 지역 기업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부산일보 10월 23일 자 1면 보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협약식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정부와 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지 5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밸류업과 관련해 아직 상장기업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지주사나 최근 LG전자, SK텔레콤 같은 대형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사업계획이 수립되는 올 4분기, 연말 쯤에는 밸류업 공시가 훨씬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