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례식장 37곳, 휠체어 경사로 없어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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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빈곤센터 52곳 조사 결과
18곳은 장애인 화장실 없어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 도구 등을 놓아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산 한 장례식장.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 도구 등을 놓아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산 한 장례식장.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부산 장례식장이 빈소 입구에 휠체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이 없어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시행령 마련도 권고한 만큼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장례식장은 선제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반빈곤센터는 지난 9월 27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부산시 등록 장례식장 54곳을 대상으로 장애인 접근성 전수조사를 했다고 3일 밝혔다. 조사를 거부한 2곳을 제외한 52곳에서 빈소 경사로,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설치 실태 등을 확인했다. 부산시 공영장례 조문단, 삶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함세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17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부산 장례식장은 37곳이 빈소 입구에 경사로가 없었고, 이동식 경사로는 17곳만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빈소 입구 턱을 넘기 어려운 곳이 많은 셈이다. 장례식장 12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5곳은 건물 출입구부터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장례식장은 18곳이었고, 휠체어 출입 칸이 없는 데는 32곳이었다.

빈소 입구에 턱이 있고,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부산 한 장례식장.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빈소 입구에 턱이 있고,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부산 한 장례식장.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조사단은 부산영락공원 공영장례실, 부산보훈병원장례식장, 사하구민장례식장, 착한전문장례식장 등 4곳만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좋은강안병원장례식장, 부산시의료원장례식장, 영도구민장례식장, 동의의료원장례식장, 해운대백병원장례식장 등은 빈소에 턱만 제외하면 나머지 편의시설은 모두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별도로 요청하면 5곳은 이동식 경사로를 놔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장례식장에 장애인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기 위한 법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상태다.

부산반빈곤센터 최고운 대표는 “장례식장은 ‘장애인 등 편의법’에 해당하는 공공시설”이라며 “시행령 개정 전이라도 하루빨리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영장례를 진행하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며 “이번 조사 결과가 부산 장례식장 편의시설 개선에 일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반빈곤센터 임기헌 활동가는 “이번 조사에서 장애인 화장실 칸은 문을 잠가두거나 창고처럼 쓰기도 했고, 공간이 좁아 휠체어가 회전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며 “장애인 인권을 위해 부산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공영장례 등도 지역 운동으로 확장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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