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입양 송출국 칠레, 정부 주도 1200여 명 출생·친생부모 정보 복원 [귀향, 입양인이 돌아온다]
뿌리 찾기 비용 국가가 부담
포괄적인 DNA 데이터 구축
칠레는 한국과 같이 1970~80년대 수만 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낸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해외 입양 송출국이다. 칠레 정부는 1950~90년대에 약 2만 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칠레는 2017년부터 해외 입양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와 함께 해외 입양인이 자기 정체성을 찾고, 친생부모가 잃어버린 자녀를 찾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DNA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당시 칠레의 법무인권부 루이스 코르데로 베가 장관은 “사법적, 형사적 조사를 넘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며 “입양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알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무분별한 해외 입양의 과오를 바로잡고 현재 진행되는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국가가 나서서 한 사례다.
칠레의 경우 국회 의뢰로 과거 불법 입양에 관여한 종사자들이 보관하던 해외 입양 관련 자료를 압수했고 스웨덴 등 해외 입양국과 협력해 대대적인 불법 입양 조사를 벌였다. 칠레 정부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정보가 불투명했던 입양인 1200여 명의 출생·친생부모 정보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칠레 법무부가 시작한 뿌리 찾기 시범 사업에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미 7000여 건 이상 사례가 등록됐다.
한국은 2022년 국가 차원의 인권침해 조사를 개시했지만 조사 중인 사건은 단 375건뿐이다. 한국의 해외 입양인들은 뿌리 찾기로 인한 법률적, 행정적 장벽에 가로막혀 사적으로 DNA 샘플을 수집하거나 탐문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내년 6월 아동권리보장원으로 분산돼 있던 입양 기록들이 일원화되지만 친생부모 동의 없이 인적 사항이 공개되지 않는 법안에 막혀있어, 뿌리 찾기를 위한 기록이 공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외 입양인 뿌리 찾기의 행정적 토대를 마련한 칠레 정부가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대대적인 인권 침해 조사 과정 등을 국가 예산으로 부담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해외에서는 입양인에게 친생부모 관련 정보를 점점 더 공개하는 추세다. 자라면서 아이가 질문이 생기면 모두 답할 수 있도록 뿌리 찾기를 넘어 친생부모와 입양가족 간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아직 뿌리 찾기가 주된 의제이며 그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한국의 입양 문화는 아직 뒤떨어져 있다. 입양이 아이가 선택한 일이 아닌 만큼 최소한 존재 기록은 모두 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