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버린 휴대폰에 대통령과 통화 녹취 여부 기억 안 나”
검찰서 이틀간 고강도 조사 받아
대선 전후 사용 전화기 폐기 확인
“패턴 기억나지 않아 갖다 버렸다”
정자법 위반·공천 개입 의혹 부인
“언론이 거짓의 산 만들어” 항변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검찰에 재소환돼 2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증거가 들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자신의 휴대폰은 폐기했다며 증거인멸 취지의 진술을 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8~9일 이틀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명 씨는 앞서 지난 2월 수사관으로부터 형식적인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검찰에 출두했다.
소환 첫날인 8일 명 씨는 오른손에 지팡이를 든 채 창원지검 현관 앞 포토 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우선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제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죄송하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어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된다. 저는 단돈 1원도 받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명 씨 측 변호사 역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강(강혜경) 씨가 자신의 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명 씨는 김영선 전 국회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로부터 2022년 8월에서 지난해 12월 사이 25차례에 걸쳐 9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한 강 씨는 명 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위한 맞춤형 여론조사 81차례를 실시하면서 조사 비용 3억 7000여만 원을 받지 않는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 왔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명 씨가 강 씨를 통해 김 전 의원에게서 ‘공천 성공’에 대한 대가성 자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날인 9일 다시 취재진을 만난 명 씨는 ‘대통령에게 김 전 의원을 어떻게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언론이 계속 거짓의 산을 만들고 거기에 또 거짓이 나와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면서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아니냐. 그러면 거기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지 왜 언론이 쓴 허위 보도, 가짜 뉴스를 가지고 조사를 받아야 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이 받는 혐의를 대통령 부부 의혹으로 확전시키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명 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 전후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기 3대를 폐기한 것도 확인됐다. 폐기 사유를 묻자, 명 씨는 “포렌식 업체를 통해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새 휴대전화기에 옮겼고, 패턴이 기억나지 않아 전화기를 열 수 없어 갖다 버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버린 휴대전화기에 윤 대통령과의 전화 녹취 자료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번 조사에서 주요 내용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명 씨의 휴대폰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진다. 증거인멸 등 사유를 달아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출석 첫날 사죄하던 명 씨의 태도는 다음 날 돌변했다. 소환 둘째 날 현장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1인 시위자에게 “정신 차려”라며 호통치는가 하면, 질문 세례를 이어가던 한 언론사 기자에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말조심하게 하라”며 “고발하겠다”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명 씨 측 변호사는 “검찰의 추가 조사 이야기는 들은 바 없고, 조사 과정에서 진술하고 소명한 자료들은 증거로 정리해서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