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발 '관세 폭탄' 현실화… 선제적 대책 서둘러야
대미 수출 감소로 GDP에도 악영향
멕시코 진출한 부산 기업 발등에 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에 따른 우리 경제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자마자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거침없는 공세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3대 수입국에 대한 전면적 새 관세 도입을 전격 발표했다. 취임 당일인 내년 1월 20일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보편적 ‘관세 폭탄’을 예고한 마당이어서 우리라고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멕시코에 진출한 지역 기업부터 타격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대선 때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부과와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를 언급했다. 자국의 노동자 보호, 제조업 부흥, 자동차 산업 보호 등을 배경으로 내세웠다. 한국에 대해서도 역대 최대 수준인 대미 무역 흑자 개선을 압박한 데다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경제 외적인 문제와 결부해 관세 카드를 꺼낼 우려도 크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GDP 성장률을 2.1%로 예상하면서 트럼프가 공언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 부과되면 대미 수출이 8.4~14%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 중심의 부산 기업들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내수 부진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져 지역 경제의 내우외환이 심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부과 소식에 완성차 업체를 따라 멕시코로 동반 진출한 지역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화승알앤에이와 성우하이텍은 미국 공장 활용과 미국 자동차 기업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총체적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시장 진출이 여의찮은 중국 전기차 업체 등이 유럽, 중남미, 동남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저가 공세에 나설 경우 경쟁 심화로 중국 봉쇄에 따른 반사 이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핵심 타깃은 중국과 멕시코이고 한국 등 다른 국가에는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무역협정을 맺은 캐나다·멕시코에도 일방적 관세를 부과하는 마당에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미국 우선주의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먼저 자동차·반도체·방산·조선 분야 협력을 제안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미국의 공급망 대체가 어려운 방산·조선·원자력 등에서는 협력 강화를 통한 기회도 있다.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 공포도 있지만 잘 준비하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