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연속 인하… 저성장·트럼프 리스크 총력 대응할 때
한은, 경제 활력 겨냥 두 달 연속 조치
대출 증가 등 부정적 여파도 단속해야
한국은행이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연 3.25%에서 3.00%로 내렸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하한 것인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처음이다. 당초 금통위는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안정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성장 리스크 완화와 경기 부양에 더 무게를 실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내려 잡은 것도 우리 경제의 허약성에 대한 위기감을 방증한다. 우리나라에 전례 없는 곤경을 안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마저 예고된 상황이다. 누차 강조되는 바지만, 총체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에 동시다발 비상등이 켜진 지는 오래다. 올해도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잠재성장률이 올해 2.0%에 그쳐 미국(2.1%)에 역전당한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실제 성장률이 그만큼 낮아져 만성적 저성장에 빠져들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다. 실제로 3분기 경제성장률은 2분기보다 낮은 0.1%로 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누적된 고금리와 고물가 부담, 원화 환율 약세와 증시 뒷걸음질,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수출 둔화 조짐까지 국내 경제 상황은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 경제 구조가 이리 고착화하면 여기서 벗어나는 일은 요원해진다.
무엇보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가장 강력한 시험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겨냥해 관세 폭탄을 예고한 데서 보듯, 세계가 걱정하는 ‘트럼프 리스크’는 벌써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한국 역시 비껴갈 수 없는 난관이다. 현지 투자 기업들의 피해를 키울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도 마찬가지다. 엊그제 트럼프 당선인 측은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불똥도 우려되는데, 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몰려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부의 전반적인 대응 태도에는 위기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지난 얼마 전에도 ‘내수 회복’에 대한 낙관론과 ‘경제 활력 증진’ 같은 자화자찬이 나왔는데, 그럴 때인지 의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곧바로 투자 증가나 경기 부양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되레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금리 인하가 자산 시장의 거품 확대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정부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 안정과 경제성장 사이의 지혜로운 해법을 찾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