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심각… 시중에 돈 풀어 내수 시장 회복 급선무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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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속 인하 왜?

올해 이어 내년 성장률도 저조 예상
우리나라 저성장 국면 진입 예고
불황 속도 지연 등 선제 조치 필요
한·미 금리 역전 자본 이탈 부작용
‘빚투’ 조장에 ‘영끌’ 부활 우려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내년에도 경기 불황이 전망되자, 시중에 돈을 풀어 내수 시장을 살리겠다는 선제적 조치다. 다만 한·미 금리차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신호탄을 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0.25%P 인하했다. 당초 14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로 인해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채권전문가 100명 중 83명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2개월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3.5%로 동결을 유지한 이후 지난달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P 인하했다. 38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에서 ‘피벗(통화 정책 전환)’을 단행한 것이다.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낮춘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인하 당시만 해도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에서 ‘깜짝 인하’를 결단한 배경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고, 한은 전망치인 0.5%도 크게 밑돌았다. 수출마저 0.4% 감소하자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결국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고쳐잡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지난 8월 전망보다 0.2%P 낮췄다. 이는 정부의 기존 전망치인 2.6%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2.5%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도 1.9%로 하향 조정했다. 8월 전망치(2.1%)보다 0.2%P 내린 수치다. 1981년 이후 한국의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해는 △1998년 외환위기 -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 -0.7% △2023년 1.4% 등 네 번이었다. 그만큼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금리 인하는 내년에도 경기 부진이 전망되자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성장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연속 낮추면 한·미 금리 역전 차에 따른 자본 이탈 우려로 인해 달러 강세를 야기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짓눌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격차는 1.5%P에서 1.75%P로 확대됐다. 상상인증권 최예찬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금리 인하에 일시적으로 1410원대까지 튈 것”이라고 봤다.

특히 한은의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는 자칫 시장에 빚투를 조장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열기를 되살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로(0)’ 금리였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처럼 집값을 끌어올려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 정책은 금리 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점검하면서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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