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초읽기… 에어부산 존치해야
통합 LCC 인천공항 가면 신공항 차질
거점 항공사 지역에 남도록 힘 모아야
부산의 미래 비전인 ‘글로벌 허브도시’는 2029년 개항할 가덕신공항을 도약대로 삼아 성장하게 된다. 가덕신공항 활성화는 ‘글로벌 허브도시’ 성장과 동의어로 봐도 무방하다. 신공항이 안착하려면 국내외 입지가 탄탄한 거점 항공사는 필수다. 목하 진행 중인 국내 항공업계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산업은행, 대한항공 등이 가덕신공항에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본사를 두는 것에 이견이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절차가 종료되는 지금, ‘통합 LCC 부산 본사’는커녕 에어부산만이라도 분리 매각해서 지역에 남기라는 요구조차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지역민에 대한 희망 고문이 도가 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20년 통합을 결정한 뒤 14개국에 기업 결합에 따른 경쟁 심사를 신청했고, 지난달 2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을 얻었다. 이로써 국내 유일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임박했다. 대한항공은 2년 이내에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데, 문제는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진에어·에어서울 등 LCC 3곳의 향방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 본사를 인천공항에 두려 한다. 인천공항 독식과 지방 공항 활력 저하가 불가피한 시나리오다. 정부의 지원까지 얻은 합병이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온당치 않다.
에어부산이 통합 LCC에 흡수돼 인천공항으로 가면 부산은 향토 기업과 지역 거점 항공사 둘 다를 빼앗기게 된다. 에어부산의 탄생과 성장에 들인 부산시민의 애정과 노력을 생각하면 에어부산 없는 부산은 상상하기 힘들다. 직원 수만 1400명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향토 기업이며, 신공항 개항 이후 지역 수요에 발맞춘 다양한 항공 노선을 개발해 공급하는 거점 항공사의 역할도 맡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부산시와 상공계가 보유한 16% 지분을 약점으로 잡아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부와 산업은행의 말 바꾸기에 힘입은 막무가내다. 지난 4년간 벌어진 식언과 홀대를 떠올리면 부산시민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공들인 LCC가 가뭇없이 사라질 상황인데도 부산시의 대응에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합병에 관여하는 국토부와 산업은행을 움직일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점은 뼈아프다. 그렇더라도 정부 부처와 국책은행의 무책임한 처사를 강력 질타하고 필요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 당초 지역에 통합 LCC 본사를 둬 거점 항공사 기능을 맡긴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만약 통합 LCC 본사로 굳이 인천공항을 고집하겠다면 에어부산만 떼어 내서 지역에 매각하는 것을 관철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의기투합과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