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2차 이전 또 연기… 말로만 균형발전인가
성과 평가 등 연구용역 내년 10월로 미뤄
밑그림 발표에 이어 두 번째, 진정성 의심
국토교통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고 밝혔던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 방향’의 연구용역 기간을 내년 10월로 연장했다고 한다. 애초 지난달 말 끝내기로 한 일정을 내년으로 미룬 것인데,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2차 이전 밑그림 발표도 연기했던 전력까지 합하면 벌써 두 번째다. 명색이 ‘지방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데도 실정은 이 모양이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현 정부 임기 내 될까 말까 한 판에 자꾸 구실을 붙여 미루기만 하니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의지가 정말 있기는 한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목을 빼고 조속한 이전 추진을 기다리는 지방만 속이 타들어 간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기간의 연장 이유로 공공기관 이전을 두고 지역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갈등 전반을 분석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중앙정부 관료들의 전형적인 변명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이전 작업이 어렵다는 점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에 있나. 그래서 국민들도 현 정부의 국정과제 선정을 반기면서 임기 초반부터 강력한 추진을 요구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국토부는 총선 전에는 유치 경쟁 과열을, 이번에는 지역 간 입장차를 이유로 들며 또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이미 임기 후반기에다 지지율마저 최악인 현 정부에선 복지부동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인지 묻고 싶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국정과제로 꼽힌다. 2차 이전을 철석같이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를 외면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사안으로, 명분과 실리 모두 확보가 가능한 사안이다. 1차로 이전한 수도권 소재 111개 기관에 이어 2차 대상으로 거론되는 120개 기관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소멸 중인 각 지방이 기댈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대야 관계와 낮은 지지율로 위기에 처한 윤 정부가 현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국정 카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2차 이전 작업을 서두르는 일이다.
지금도 많이 늦은 2차 이전 작업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힘들어진다. 이미 수차례 경험으로 겪어본 바다. 올해 총선을 핑계로 미뤄졌던 일정이 다가 올 지방선거와 뒤이을 대선 앞에서 또 연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마도 정부 관료들은 골치 아프고 시끄러운 이 사안을 선거를 빌미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한다. 균형발전의 대의는 놔두고라도 지방을 포기할 양이 아니라면 적어도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대상 기관이라도 확정해야 한다. 산업은행 이전 문제에 시달려 진이 빠진 부산으로선 2차 기관 이전 일정의 지연 역시 또 다른 희망 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