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단독 '감액 예산안', 여야 합의 처리가 순리다
국회의장, 본회의 상정 10일로 연기
타협 정치 복원 통해 민생 보살피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내년도 감액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가 일단 보류됐다. 야당 주도 ‘감액 예산안’이 2일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여야 갈등은 오는 10일 본회의 마지막 날까지 냉각기를 갖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677조 4000억 원에서 여야 합의 없이 4조 1000억 원을 일방적으로 감액했다. 예결위에서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는 초유의 일이다. 국회는 그동안 민생과 직결되는 예산안과 관련해 각 당의 정책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관행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예결위에서 정부기관 활동비를 ‘0원’으로 만들었다. 마약·사이버·성범죄 수사 등에 사용하는 검찰 특수활동비는 전액 삭감됐다. 폭설·태풍 같은 재난 복구 등에 대비한 예비비도 4조 8000억 원에서 2조 400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대왕고래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은 505억 원 중 8억 원만 남겨뒀다.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건강보험 가입지원,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개 식용 종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 호남고속철도 건설도 뒤집어졌다. 청년 일자리,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듐냉각고속로(SFR), K-클라우드 기술개발 예산도 유탄을 맞았다.
국회 본회의 상정과 파국은 일단 막았지만, 오는 10일 ‘2차 시한’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여야가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길 엄중히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우 의장의 상정 보류 결정으로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번 셈이다. 우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 만찬을 제의한 것도 여야 합의 촉구를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 모두 “양보는 없다”면서 강경 태세를 고수하고 있어 합의는 ‘산 넘어 산’이다.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감사원장·검찰 탄핵소추 등 정치 쟁점이 예산안 협상 곳곳에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이 순간에도 기업과 민생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조차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을 정도다. 기업들이 내년 구조조정에 나서면, 실업과 내수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 결국 취약계층만 고통을 겪게 된다. 경기 부흥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마중물인 내년 예산안의 여야 합의 통과가 절실한 이유다. 민주당은 ‘수권정당’의 면모와 책임감을 보이려면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도 여론에만 기대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서로 네 탓만 할 때가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외 상황에서 여야 모두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고, 민생을 보살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