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리나 싶던 중동… 이번엔 시리아 내전 재발
4년째 소강 상태였던 시리아
이슬람 원리주의 반군 HTS
1일 알레포 점령 후 진군 개시
기독교인들 줄줄이 피난 채비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으로 한숨 돌린 중동이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0년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중재로 휴전이 선언된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던 시리아의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시리아 북서부에 기반을 둔 반군이 시리아 제2의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알레포를 깜짝 장악하고 북서부 이들리브주 주요 거점을 속속 접수하는 중이다. 2011년 이후 30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막대한 난민을 양산한 시리아가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1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반군의 주축인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은 2011년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카트 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다. 현재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저항하는 무장 단체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센 세력이다.
정권에 대항하면서 시리아를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이들은 시리아 내 유사한 반군 분파를 규합해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킨 이래 그동안 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HTS는 설립 이후 반군 장악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친 알카에다 세력을 물리치면서 시리아구원정부(SSG)라는 이름으로 이들립 상당 지역을 통치하게 됐다.
문제는 시리아는 다민족·다종교 국가라는 점이다. 정부군이 물러나고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반군이 통치하게 되면 알레포의 기독교인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게다가 알레포를 내준 정부군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리아와 러시아 전투기는 알레포 교외의 반군을 표적으로 공습을 감행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최근에는 알레포 시내에서 민간 차량을 겨냥한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으로 최소 16명의 민간인이 숨지기도 했다. 주민들 입장에선 피란을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군이 점령한 남부로 가는 피란길에 더 위험한 상황에 휘말릴 수 있는 까닭이다.
이란과 러시아가 후원하는 정부군은 밤새 화력과 병력을 추가 투입해 알레포 등에서 반군에 반격을 가했다. 이에 대항해 HTS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과 합세해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반군을 지원하는 뒷배는 튀르키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자국 내 쿠르드족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서북부 지역 반군 단체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앞서 13개월 만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을 끌어내며 레바논 사태를 일단 봉합한 미국은 곧장 시리아로 눈을 돌려 긴장 완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알레포와 다른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와 민간인 생명과 인프라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튀르키예 외무부 소식통은 피단 장관이 긴장 완화를 지지한다면서도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정권과 야당 간의 정치적 과정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리아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추가적인 난민 발생과 인도주의적 접근의 중단을 막기 위해 모든 당사자의 확전 중단과 민간인 및 인프라 보호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