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기계적 예측성과 인간적 감수성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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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각 작가의 세 작품

조영각 ‘정직원’.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영각 ‘정직원’.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영각‘대화상자’.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영각‘대화상자’.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영각 ‘현상적 이유의 추이적 문장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조영각 ‘현상적 이유의 추이적 문장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 광안리 불꽃축제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이벤트가 있다. 수많은 드론이 광안리 앞바다 하늘에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다양한 형채와 색으로 시민들의 감탄과 환호를 불러일으킨다. 아마 처음 본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깊이가 다른 선과 면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살아있는 예술 작품과도 같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치밀하게 프로그램된 드론과 드론 사이의 거리와 방향, 그리고 행과 열, 축의 변화와 변형되는 크기와 시간이 정확하게 인공지능의 학습과 같이 설계되고 컴퓨터로 계산되어 퍼포먼스를 구현하고 있다. 이미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력은 무한한 창조의 영역과 결합하며 예측 불가능의 예술적 창조물로 확장되고 있다.

작품 ‘정직원’은 기계화 되어가는 우리의 노동력에 대해 로봇팔로 대체하여, 맹목적 의사 전달과 결과물 생산의 과정을 인공지능을 통한 이미지 생성의 과정으로 대체하여 보여준다. 작품 ‘현상적 이유의 추이적 문장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명언, 속담 등을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접목하여 뮤직비디오 형태의 영상으로 탄생한다. 가사, 작곡, 영상 등 모든 요소는 인공지능을 통해 제작되었지만, 제작 가이드, 즉 기획의 소재와 방향성은 작가의 창의적 데이터를 통한 학습으로 시작되며, 이는 또 다른 창조적 디지털 지능 융합형 작품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대화상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 세계에서의 물리적 소비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의 모든 데이터와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도 무한 반복되며 잊혀지고 버려지는 모습을 통해 의인화된 상자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조영각 작가의 이 세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이 지난 달 30일에 개막한 연례전 ‘2024 부산모카 플랫폼_ 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불확실한’ 창조 혹은 ‘완벽한’ 오류, 인공지능 예술의 감정적 교감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직관과 환기를 통해 기술 융합 현대미술 범주화 흐름에 대한 동시대적 담론과 조망을 다루며, 기계적 예측성과 인간적 감수성 그사이의 관람자적 시선과 경험을 새롭게 제시한다.

작가 조영각은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층위를 관통하는 예술적 비전을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자연, 기술, 가상, 물리적 환경이 교차하는 복잡계 시스템을 탐구하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사회-문화적 이슈를 포착하여, 재-시스템화하여 구성한다. 그의 예술 세계는 인간과 기계, 사물과 사회 등 다양한 주체 간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색한다. 특히 기술, 사회, 문화의 접점인 인터페이스에 주목하여, 이를 다양한 매체와 첨단 기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해석한다.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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