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물 대통령’이라는 국정 불확실성 빨리 끝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민 여론 등지는 윤 대통령과 여권
즉각 사퇴 말고는 혼란수습 길 없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헌정 중단 위기가 깊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은 짤막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실상 자신의 모든 책임을 부인했다. 국회에 오른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표결이 불발됐다. 이튿날 8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질서 있는 퇴진’을 공식화했다. 이 모두가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거센 국민적 저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뜻을 등지는 이런 후속 대응은 정국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사회 각 분야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뿐이다. 위기를 하루속히 끝내려면 사태의 근본 원인인 대통령의 즉각 사퇴 말고는 다른 방도가 있을 수 없다.

7일 오전 2분도 채 안 되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당에 모든 걸 일임한다’는 간단한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묵을 지킨 지 78시간 만인데, 거기에는 일말의 반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계엄 사태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거취와 퇴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표결을 앞두고 ‘국회에 일임한다’며 국민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모습을 보인 것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탈당도 사퇴도 거부한 채 국민의힘 뒤로 숨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들은 이 정도의 조악한 리더십에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치 원로들도 ‘창피하다’는 반응이 주류다.

국민의힘 역시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7일 국회에 상정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여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지키려고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이다. 입장을 수시로 번복한 한동훈 대표의 책임이 크다. 그는 윤 대통령의 담화 뒤 ‘질서 있는 퇴진’으로 최종 입장을 선회했다. 기간도 권한도 방향도 제대로 규정되지 않는 조기 퇴진이란 사실 허무맹랑한 얘기다. 그동안의 행태로 봤을 때 윤 대통령은 향후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게 분명하다. 위법 행위를 저지른 대통령을 자리에 그대로 둔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국민의힘이 사는 길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르는 데 있다.

대통령과 여권만 고립된 섬처럼 국민 심판의 준열함을 모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12·3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군대를 동원해 국민 주권을 찬탈하고 행정뿐만 아니라 입법과 사법 권력까지 장악하기 위해 벌인 내란 행위다. 이번 담화에서도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합리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재차 확인된다.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면서 국정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깊어가는 형국이다. 이를 수습할 근본적인 해법은 대통령의 즉각 사퇴 혹은 탄핵밖에 없다. 국민 70%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이 민심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 국가적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는 길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