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신 응원봉 “아파트~ 아파트~”… 달라진 시위 문화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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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집회 현장 분위기 탈바꿈
최신 아이돌 노래로 대동단결

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원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원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윤석열 대통령 즉각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고 해 꺼지지 않는 LED 불빛 응원봉을 들게 됐어요.”

지난 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일원에서 열린 집회에선 ‘응원봉’을 들고 나선 10대들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들의 손에 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응원봉이었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한꺼번에 움직일 땐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퇴진 집회에 1020세대가 대거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위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들은 피켓 대신 응원봉을 들고, K팝을 떼창하는 등 집회를 축제처럼 대하는 분위기다.

10대들은 시위 정보나 단체 행동 방식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집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버츄얼 아이돌그룹 ‘플레이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중학생 박선하(15) 양은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는 SNS 글을 보고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오기로 했다”며 “같은 마음으로 현장에 나온 사람들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특회 최근 집회에서는 K팝 노래가 줄곧 사용되고 있다. 로제의 ’아파트’, 에스파의 ‘위플래시’,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이 주요 레퍼토리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등 민중가요 역시 더해진다. 보이그룹 ‘NCT’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고등학생 하윤서(16) 양은 “각자 모양과 색깔이 다른 응원봉을 들고 있는 것처럼, 탄핵 집회도 우리 10대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담긴 활동”이라고 말했다.

기성 세대들도 달라진 시위 문화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사라고 밝힌 노동현(53) 씨는 “의사로서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다수의 집회 현장에 나가봤지만, 정말 새로운 시위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학생 때였던 30년 전과는 현격하게 다른 문화를 느껴서 굉장히 놀랐고, 한편으로는 기성세대가 은퇴해야하는 거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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